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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활동
[나눔] 나눔과 기부,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는 것
2016.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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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기부,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는 것 

 

‘나눔’을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조지혜 과장님이 생각하시는 나눔은 무엇인가에 대해 짧지만 의미 있는 글을 요청드렸습니다. 후원자분들께서 평소 생각하셨던 나눔도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지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글. 성산종합사회복지관 지역조직팀 조지혜 과장

정리/편집. 경영기획팀 민세희 매니저 

 

저는 마포구 성산2동에 위치한 성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조지혜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한 지 벌써 9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요. 딸 아이를 재워두고 본 원고를 작성하다보니 지난 시간들이 아스라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갑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사회복지’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형광색의 조끼를 걸친 기업의 임직원들이 김장김치, 연탄 등을 지고 비탈진 언덕 좁은 계단을 지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나누어 주고 있는 기사 속 사진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주변의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주는 것’, ‘나누어 주는 것’이라고 답하곤 합니다.

앞선 이야기 모두 맞는 말이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제 지인들의 이야기 속에는 나누는 사람과 나눔을 받는 사람이 별도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보면 가족과 친구와 동료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도움을 주고받으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살아갑니다. 친한 친구를 위해 김장을 할 때 김치 한 포기 더 만들어 나누는 것, 새해 첫 날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세배하고 덕담과 세뱃돈을 받는 것, 아침마다 동료의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은 우리 주변의 일상에서 흔히있는 나눔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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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만난 분들 또한 그러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사회복지란, 또는 나눔이란 어떤 특정 사람이 다른 특정 사람에게 일방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에게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것을 나누어 주기만하면 어렵던 일이,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2006년 봉사활동으로 처음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산종합사회복지관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모여 있는 영구 임대아파트 단지에 있는 지역사회복지관입니다. 어두운 모습을 떠올리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처음 만난 아파트는 살아있었습니다. 다소 거친 언행을 하는 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활기찼고 주민들의 관계 또한 좋아보였습니다.
그때 아동ㆍ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활동을 주로 했었는데 그 아이들의 모습 또한 매우 활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당시 만났던 초등학교 아이들이 어느덧 성장하여 이제는 어엿한 대학생, 직장인이 되어 찾아오니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이제는 청년으로 성장한 그 당시 처음 만났던 한 청소년이 떠오릅니다. 경제적ㆍ정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참 열심히도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던 한 아이.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보냈지만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무료 청소년공부방을 다니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에 대한 꿈을 꾸던 아이였습니다.

휴대폰의 전화벨이 다급하게 울리던 어느날, 그 청소년의 어머니에게서 아이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혹시 복지관을 찾은 것은 아닌지 물어보는 걱정스러운 음성에서 착하고 성실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났습니다. 경찰서에도 신고하고 친구들에게 백방으로 연락해 알아보던 중 어느 초등학교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급히 달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알아보니 그 날, 술을 좋아하던 아버지가 술에 취해 집안의 물건들을 부수자 화가 나서 아버지에게 대들고 집을 나갔던 것입니다. 이후 신입 사회복지사였던 저는 이러한 아이들을 위해 무슨 일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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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청소년공부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던 대학생 자원봉사 동아리와 이 일을 의논했습니다. 자원봉사 친구들은 흔쾌히 누나, 형으로서 한 아이의 멘토 역할을 하겠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수학여행 비용을 내지 못해 홀로 학교에 남아서 자습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멘토들이 십시일반 비용을 모아 전달한 일입니다. 고마워하면서도 나중에 돈을 꼭 갚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에서 기부자와 대상자가 아닌 누나로서 형으로서 동생을 아껴 자신의 것을 나눈다는 진심이 느껴져서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아이는 어느덧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성인이 된 후 그때의 기억을 간직해 자신이 받은 것을 나누고자 복지관 정기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나눔가게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품을 기증하러 오는 아주머니, 경로식당에 식사를 하러 오시는 할머니, 행복한도서관에서 책읽기 하는 모임까지 복지관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하나의 정성이 모여 그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 내는 나눔의 현장에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이렇듯 나눔은 특별하고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을 내어 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타인과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나눔과 기부의 의미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