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활동
먹거리와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협동조합 ‘이피쿱’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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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와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협동조합 ‘이피쿱’

 

글. 운영지원팀 권오철 매니저

 

“만약 내일 세상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제일 먼저 아주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먹고 싶어요.”
“그럼… 저도 꼭 초대해 주실래요?”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Kamome Diner)>에서 두 주인공이 나눈 대화입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음식’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식품의 문제는 곧 우리 삶의 질을 아우르는 문제’라고 여기며 생산자와 소비자의 간극을 좁히고자 활동하는 협동조합 <이피쿱> 최연식 대표와의 인터뷰를 여러분께 공유합니다.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카페에서 이피쿱 최연식 대표를 만났습니다)
 

Q. 이피쿱(ep coop)이라는 이름이 특별한데, 회사를 소개해주세요!
이피쿱은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온 커피로 로스팅 사업을 시작했고 협동조합형 소셜프렌차이징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피쿱이라는 이름은 먹거리와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자 EP COOP이라고 지었어요. EP는 싱글앨범과 정규 앨범의 중간에 자리잡은 음반인데, 정규 앨범과는 다른 다양한 시도를 하며 청중의 반응을 살핀다는 의미에요.

 

 
Q. 커피 그리고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신 것 같아요. 하시는 일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먹는 거잖아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품이 어디에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는지 알기 어려워요. 저희는 음식이 소비자에게 갈 때까지 얼마나 공정했는지 알리며, 그 의미를 생각할 수 있도록 먹거리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고 잘못된 정보도 나누려고 해요.
그래서 저희는 공정한 먹거리에 주목해 식품정의(Food Justice)를 모토로 삼고 있어요. 식품정의는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동등한 권리가 있다는 뜻이에요. 다른 말로 먹거리 공정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음식과 생존은 뗄 수 없는 관계이므로, 저희는 공정무역을 통해 소비자가 생산자를 알게 하고 다 함께 잘 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Q. 공정한 먹거리를 알리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나요?
저희가 현재 카페를 두 곳에서 운영하는데, 카페에서 사용하는 재료를 구할 때 최대한 생산자와 생산지역을 확실히 알 수 있는 곳에서 재료를 구입하고, 대체가 가능한 공장제 제품은 직접 제조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녹차라떼는 녹차라떼믹스제품과 우유를 활용해서 만드는데, 일반적으로 녹차라떼믹스제품의 가루녹차가 어느 지역에서 생산되어 왔는지 모호하거든요. 저희는 제주도 신산리에서 차광 재배하는 가루녹차를 사용하는데, 다른 곳에 비해 색도 진하고 향도 좋아요. 그리고 유기농 비정제 설탕을 사용하여 단맛을 내고 있어요.

Q. 재료 하나를 쓰더라도 많은 고민과 생각이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원하는 재료를 찾아내거나 기존 재료를 우리가 만든 걸로 바꿔 나갈 때 큰 기쁨이 있어요. 최근에는 진저라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생강청이 너무 달아서 직접 당도를 조절 할 수 있도록 설탕이 안 들어간 생강진액을 수소문 끝에 찾아서 음료를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 저희가 판매하는 메뉴를 시연 시음하고 설명하는 강연회를 진행했는데, 많은 분들이 음료가 달리 보인다고 했어요. 그런 응원을 들을 때마다 참 뿌듯해요.
 

(메뉴 옆에 간략하게 설명이 적혀있어요)

 

Q. 지금까지 협동조합에서 일을 하며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일을 시작하고 정말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했어요. 매장사업, 케이터링, 먹거리 강연, 정부와 대기업 공모사업 등등, 그러다가 2016년, 약 4년차때부터는 커피 사업에 집중해서 현재는 로스팅, 원두 판매, 매장(카페) 운영을 하고 있어요.
초창기에 로스팅 사업을 하는데 기계도 없고, 부지를 구하려는데 자본이 부족해 고민이 많았어요.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빠질 때 아쉬움도 참 컸었죠. 하지만 그 때마다 또 이겨낼 수 있는 일들도 생기는 것 같아요.
초창기 일인데, 카페를 운영하려면 생두를 대량으로 한 번에 구매해야 하는데 거금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여러 루트로 융통을 하다가 관계가 있는 한 업체의 사장님께 부탁을 드렸는데, 일언지하에 거절을 하셨어요. 그 분의 말씀에서 참 부끄러웠어요. 내 회사이고 내 사업인데 남에게 도움만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손해를 보더라도 개인적으로 돈을 마련했고, 다른 조합원들과도 함께 노력하며 어려운 시기를 이겨냈어요. 그 후 회사에 대한 애착이 정말 강해졌어요.

Q. 이피쿱의 향후 사업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50+서부캠퍼스 1층 ‘모두의 카페’와 서울혁신센터 미래청 앞 ‘협동상회’, 이렇게 두 곳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에도 더 많은 공공기관의 카페 공간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이를 위해 바리스타 경험과 기술이 있지만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나 중장년을 고용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사회적 가치에 부흥하며 함께 성장하는 길이지요.
또 다른 목표는 소셜프렌차이즈를 만드는 거에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일단은 저희처럼 공공기관 내 카페나 마을 카페를 운영하고자 하는 분들과 먼저 연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와 같은 생각을 하는 개인 또는 팀들에게 이피쿱의 노하우를 알려주고 힘을 합쳐서 모두가 즐겁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길 기대해요.
 

 
Q. 이피쿱이 발전하기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일까요?
이피쿱을 알리고 저희 사업을 홍보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해요.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매장에서 근무를 하고 제가 사무일과 홍보를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Q.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사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고 어떠한 변화가 있었나요?
서두에 말씀 드렸지만 사업 초기에는 신용이 없어 대출받는 것이 어려웠고, 또 높은 이자율 때문에 다시 갚는 것도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2015년에 함께일하는재단을 통해 <한전 협동조합 성장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필요한 재원을 받아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어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연체하지 않으면서 갚아보니까, 언젠가 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부딪혀 이겨낼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어요.

Q. 사회적경제조직 또는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후배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저희가 사업을 준비할 때 수 차례 준비 모임과 회의를 했지만 막상 일이 진행되니 어려운 점이 많았어요.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은 이해관계자들과 수 많은 대화가 필요해요.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조합원들과 충분히 이야기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서로를 알고, 세세한 부분까지도 생각을 나눠야 해요.
사회적 가치를 도모하는 일을 할 때는 더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계약서를 쓴다는 심정으로 사업을 준비해야 해요. 막상 일을 하면 모든 게 걸림돌이 될 수 있어요. 그러니깐 먼저 돌을 골라놔야 뛰어갈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