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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차 한복 디자이너, 사회적기업가로 ‘한복문화’ 바꾼다
2019.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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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차 한복 디자이너, 사회적기업가로 ‘한복문화’ 바꾼다


– 한복 시장의 사회적문제 해결위해 소셜벤처 창업한 ‘한복로드’ 김영미 대표

 

한복은 한식, 한옥, 국악 등과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다. 몇 년 전부터는 ‘한복체험’이 전주 한옥마을과 경복궁 등의 도심 속 고궁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복 대여점 간 가격 경쟁심화로 외국산 한복이 대거 유입돼 왜곡된 디자인의 국적불명 ‘무늬만 한복’이 양산되고 있다. 체험한복 디자인의 전통성과 품격을 회복해 한복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하겠다는 한복 디자이너이자 사회적기업가 김영미(55세) ‘한복로드’ 대표를 만나 현 상황을 진단했다.

 


<사진: 10일, 김영미 한복로드 대표와 한복 디자인과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사회적문제, 생각에서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
“한복체험 문화가 유행해 처음에는 한복이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게 되니 무척 기뻤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체험한복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전통을 왜곡한 디자인의 한복이 많아지니 한숨이 나오더라고요.”
김영미 대표는 IMF 외환위기로 국내 한복 시장이 축소되자 남편 길기태(59세)씨와 의기투합해 1998년 국내 최초 한복대여전문점 ‘황금바늘’을 열어 약 20여 년간 운영한 전통한복 디자이너다. 김 대표는 한복대여 서비스를 통해 상품의 질은 유지하되 가격을 대폭 낮추니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한복 시장은 2013년쯤부터 각종 SNS를 통해 전주 한옥마을이 명소로 주목받고 동년 10월에는 문화재청이 한복 착용자에 한해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자 체험한복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복이 저가상품으로 형성되다보니 퀄리티가 낮아지고 최근에는 소재의 부적합성, 색상의 현란함, 전통에 어긋난 왜곡된 디자인 등 한복 본연의 아름다움마저 잃어가고 있다.

<사진: 퓨전한복을 입고 고궁을 관람하는 사람들>
김 대표는 “한복을 중국, 베트남 등에서 생산하면서 속치마도 없고 고름이 뒤로 가거나 없어지는 등 진짜 한복이 아닌 단순히 의류만 찍어내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대여한 한복이 관리되지 않아 목에 때가 거멓게 물들어있고, 밑단에 구멍이 나 있다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며 사업 수익만을 생각하니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영미 대표와 길기태 기획실장은 다시 한 번 한복업계의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한복이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도록, 20년 전에는 한복 대여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문화콘텐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해요. 먼저 한복디자인을 개선하고 의미 있는 한복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지요.”
사회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기업보다 사회적기업이 더 적합하리라 생각한 김 대표는 2017년 상반기 서울시 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서 ‘사회적기업 창업 과정’을 공부하면서 소셜벤처를 준비해, 2018년 7월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8기로 선정되어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을 받았다. 사회적기업가란 사회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고, 궁긍적으로 시스템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을 칭한다.

 

◇ 일회성 체험한복 넘어 한국역사 배우는 장 마련돼야…
길기태 실장은 현재 체험한복의 사회적문제를 “정체성 없는 한복디자인의 범람과 품격이 사라진 한복체험 문화”라고 꼬집었다. 이어 “한복업계의 근원적인 문제는 한복의 국내 생산비가 너무 고비용 구조라 외국산 저가·저질 한복이 대거 수입되면서 위기에 빠진 것”이라 설명했다.
위기에 빠진 시장 구조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는 “이화여자대학교와 한복디자인 R&D(연구개발)를 통해 ‘한복 디자인 및 생산 최적화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라며 “개발된 디자인을 국내 한복 기능인들과 생산할 계획이고, 수입산 저가한복과 비교해 디자인과 품질은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춘 상품을 제작해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연구개발 성과를 기존 한복대여업체와 공유해 한복산업 전체가 질적으로 성장할 기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길기태 실장은 한복체험 프로그램이 단순히 한복을 입고 고궁 주위를 맴돌며 사진 찍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에 숨어있는 다양한 역사와 문화 콘텐츠를 발굴해 프로그램 참가자가 문화적인 가치와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작년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참가자 10여 명과 함께 인사동 일대 독립운동을 펼친 장소를 찾아다니며 미션을 해결하는 게임을 진행했어요. 그리고 이틀 뒤, 음력 7월 7일 칠석날에는 견우직녀의 오작교를 모티브 삼아 서울로7017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또 9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종로 한복축제에 참가해 100여 명의 한복 체험을 지원했고, 10월에는 한복진흥센터에서 주관하는 한복문화주간(한복위크)에 참여해 1주일간 경복궁과 덕수궁에서 한복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사진: 한복문화주간에 덕수궁 한복체험 프로그램을 참여한 학생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길 실장은 올해 삼일절에는 지난 광복절 대한독립의 길 코스를 발전시킨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통한복을 입고 ‘보성사’ 터에서 참가자가 직접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이를 낭독하기 위해 ‘태화관’에 방문 후, 마지막으로 ‘보신각’에 가서 만세삼창을 하고 소원 편지를 쓰는 등 미션 위주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한복과 한국 역사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복을 ‘입어’ 봐야 ‘즐길’ 수 있다
김영미 대표는 “고객이 현재 유통되는 체험한복 외에 다른 선택(한복)이 없는 상황이 문제”라며 “활동하기 편하고 디자인적으로 아름다우며 실용적이어야만 고객이 만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한복은 고전적인 전통한복 양식을 따라야 하며, 신한복은 현재 실생활에 알맞게 변형되어야 해요. 그래서 체험한복은 더 예스럽고 과거의 고풍스러운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제작하고 있어요. 한복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입어봐야 해요. 입고 걸어보고 사진 찍으면서 한복의 참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지요. 한복 프로그램을 확장한다면 지금보다 더 시장이 건강해질 것이라 생각해요.”

<사진: 한복 시장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셜벤처를 창업한 길기태 실장(왼쪽), 김영미 대표(오른쪽)>
한복 디자인부터 문화 프로그램 기획·운영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그들에게 소셜벤처 창업 후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물었다. 길 실장은 “계획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힘에 부치기도 했지만 한복문화를 살려보자는 신념덕분에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어요. 함께일하는재단의 멘토링, 교육, 네트워킹 프로그램 덕분에 초기 사회적경제분야를 많이 이해할 수 있었고 담당 매니저의 관심과 격려로 끝까지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김 대표에게 향후 목표를 물었다. 그는 “한복로드를 통해 한복문화가 우리의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길 기대해요. 이를 알리고 전파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고 싶어요”라며 지난 20여 년 동안 한복을 디자인한 전문성과 경험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회적기업가는 나 혼자만을 위한 사업이 아닌 모두 함께하는 것이라는 한복로드 김영미 대표, 길기태 실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앞으로도 한복 시장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들의 목표가 이뤄지길 바란다.
 
글/편집. 운영지원팀 권오철 선임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