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네팔 여성의 미래를 비추는 밝은 빛, 쥬네리
2016.04.28
네팔 여성의 미래를 비추는 밝은 빛, 쥬네리
(글. 이은수 / 베네핏 매거진 에디터)


신상보다 좋은 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 천편일률적으로 공장에서 찍어낸 게 아니라 사람의 손길이 더해진 핸드메이드 상품이라면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에스닉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순수 네팔 브랜드 쥬네리의 제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바로 그 때문이다. 원자재를 비롯해 각종 부재료는 모두 100% 네팔 현지에서 공수하는 것으로 의류를 비롯해 펠트로 만드는 인형, 브로치, 동전 지갑까지 쥬네리의 다양한 제품은 이미 여러 차례 국내외 박람회에 소개되며 그 명성을 차곡차곡 쌓아갔다.




 

이처럼 상당한 인기를 자랑하는 쥬네리에는 한국인 디자이너인 차승민 씨가 있었다. 그녀는 2003년 KOICA 해외자원봉사를 통해 처음 네팔을 만났다. 당시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교육 등을 진행했던 그녀는 몇 년 후 네팔로 돌아와 현지 여성을 위한 의상실, 쥬네리(JuNeLi)의 문을 열었다.

당시 네팔 여성의 한 달 임금은 우리 돈으로 6~7만 원. 하지만 내수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품질은 낮은 중국산 의류를 1~2만 원을 주고 구매해야만 했다. 이에 차승민 대표는 이들이 적절한 값을 주고 좋은 품질의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네팔어로 보름달 달빛을 뜻하는 쥬네리는 이후 이름 그대로 현지 여성들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되었다. 예쁜 옷을 입고 싶은 현지 여성의 욕구를 충족시켰으며, 현지 생산자에게 전문적인 훈련을 제공해 네팔 생산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했다. 덕분에 현재 쥬네리는 네팔과 한국을 비롯해 일본, 미국, 캐나다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쥬네리는 KOICA와 함께일하는재단이 힘을 모은 지구촌사회적기업육성사업(이하 GSAP)을 통해 쥬네리 안의 사회적 가치는 배가 되었다. GSAP의 지원을 바탕으로 쥬네리는 그 기반을 견고히 다져 나갔다. 먼저 쥬네리는 공장 시설을 보강했다. 전동 재봉틀을 구매하여 품질과 생산성을 높였고 컴퓨터 디자인 실습장을 마련하여 현대적 교육 시설을 구축했다. 기존 고용 인력을 전문 강사로 양성하여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동시에 수도인 카트만두를 넘어 지방에 거주하는 여성 생산자에게도 교육을 제공하여 지역별 형평성 역시 놓치지 않았다. 또한, 외국인 및 젊은 여성 고객을 위한 쇼핑 거리에 새롭게 오프라인 샵을 열었으며 브랜드 홍보를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도 함께 진행했다.



이 모든 노력의 결과, 전년도 대비 쥬네리의 월 매출은 약 45% 상승했다. 덕분에 취약계층 디자이너, 품질관리사, 봉제사, 패턴사 등 6명을 신규로 채용했으며 앞으로 그 수는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GSAP 사업 종료를 약 2달 앞둔 지금, 쥬네리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네팔 여성의 자립이라는 핵심 가치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오마이컴퍼니에서는 네팔 여성들의 희망을 짓는 소울 소잉(Soul Sewing)’이란 이름의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 중이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트리슐리 마을의 여성에게 봉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로 이를 통해 아직 1년 전 네팔 지진의 상처가 남은 마을에 새 희망을 불어넣고자 한다. 펀딩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금액에 따라 컵 받침, 동전 지갑, 스카프 등의 보상이 주어진다.

이번 크라우드 펀딩에는 GSAP 사업의 진정한 의미가 담겨있다. 트리슐리 마을에는 수년 전 외국의 NGO에서 제공한 재봉틀이 집집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사용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기에 재봉틀은 먼지 속에서 낡고 녹슬어 가며 가치를 발하지 못했다. 단순 원조의 그림자가 드러난 셈이다.

반면에 쥬네리는 낡은 재봉틀을 수리하여 여성들에게 전문 기술을 전수하고 취업 및 창업을 통한 판로 개척까지 돕는다. 실제로 현재 트리슐리 마을 여성을 대상으로 교육 신청자를 받은 결과 180명에 달하는 여성이 참가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재봉 교육 후 여성들이 만들 첫 제품은 마을에 하나뿐인 학교 재학생들이 입을 교복으로, 약 300명의 아이가 새 옷을 선물 받을 수 있다.

 


 


 

당장은 미미해 보일지라도 쥬네리가 만들어 낼 영향력의 범위는 언젠가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다. 그들에겐 ‘지속가능성’이란 무한동력이 있기 때문이다. GSAP를 바탕으로 쥬네리가 엿본 네팔 그리고 국제 개발의 미래, 그 모습이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기 충분한 밝고 선명한 빛이 되길 기대해 본다.



GSAP는 KOICA가 주최하고 함께일하는재단이 주관하는 지구촌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개발도상국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교육 및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 기회 등을 제공하여 사회 통합과 나아가 지역사회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베네핏은 총 7회에 거쳐 해당 프로그램을 비롯해 6개의 육성 기업 및 단체를 소개합니다.
 


※ 이 글은 베네핏 매거진에도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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