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꿈을 펼칠 수 있는 용기, 내 안에 있습니다
2016.04.01
꿈을 펼칠 수 있는 용기, 내 안에 있습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윤영주/경영기획팀)

김도경 부대표는 엄마입니다. 그런데 종종 남들의 불편한 시선을 마주하곤 합니다. 결혼도 하지 않고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더구나 이러한 시선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단순히 시선으로 머무르지 않습니다. 직장 내에서의 차별,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을 감당해야 하는 미혼부모들. 하지만 차별을 넘어 당당하게 일하는 미혼엄마도 있습니다.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그렇기에 미혼엄마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김도경 부대표를 만났습니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도경이라고 합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부대표이고, 여행사를 운영 중이에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하나 있고요. 일반인들이 보통 예약하는 여행사에 여행상품을 만들어서 제공하고, 현지에서 여행에 관련된 숙식, 관광, 교통 등 모든 일을 하는 게 저희 업무에요. 그래서 저는 직판도 하지만 여행사에 상품을 제공하는 여행기획자입니다. 저희 같은 업체들은 전문 지역이 있는데 저는 주로 동남아와 제주도가 전문이에요.
 
 
– 언제부터 여행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1996년도에 유럽여행을 갔어요. 유럽여행 1세대였는데, 돈이 없다 보니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때부터 여행의 매력이 빠지게 된 것 같아요. 1999년에 사업을 하겠다는 목표만을 갖고 필리핀으로 갔어요. 당시 20대 초반이었는데, 한국이 너무 좁다고 느껴져서 해외로 눈을 돌렸어요. 사업 분야 같은 것도 정하지 않은 채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물가가 싸고 덜 발달해서 뭔가 사업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에 무작정 간 거죠. 사업을 하려면 그 나라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잖아요. 가이드가 되면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알게 되겠다 싶어 시작했는데 그게 여행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가이드를 하다가 돈을 좀 벌어서 필리핀에서 여행사를 차리기도 하고 버스사업도 했어요. 마닐라에서 맛녹(MATNOG)까지 가는 장거리 시외버스 회사를 운영했어요. 법정 싸움에 휘말리면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지만.
 


 
2004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아는 분 소개로 여행사에 다니다가 2006년 3월에 독립을 하게 됐어요. 내가 한 일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을 받고 싶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시간과 돈이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06년 11월에 출산을 했는데, 임신한 상태로 모든 준비를 했어요. 힘들긴 했지만 태어날 아이를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혼자서 여행사를 운영 중인데, 보통 2~3명이 처리할 일을 혼자서 처리해요. 이 일을 오랜 시간 혼자서 해오면서 다른 사람들보다 일 처리가 빠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요. 자금이 없으니 제가 투자할 수 있는 건 시간과 노력밖에 없더라고요.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일을 했어요. 성수기나 연휴에는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어렵잖아요. 다른 곳에서는 구하기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저는 무조건 되게 했어요. 보통 자정 이후에 새벽시간을 이용해서 일을 했어요. 제가 특별한 능력이 있다기보다 남들 잘 때 일을 하면서 다른 여행사에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저에 대한 신뢰가 쌓여서 지금 사무실 없이 혼자 재택근무를 하면서도 그 거래처들이 꾸준히 유지되고 다른 곳들 소개도 많이 받고 있어요.
 
 
– 일도 하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힘들 텐데,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힘들다는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이 바쁘게 살았어요. 다른 이들과 비교할 여유조차 없이 닥친 일들을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아이 아빠와 교제했을 당시에 아이 아빠가 제 이름으로 사업자금을 끌어다 써서 제 이름으로 된 빚이 꽤 많았어요.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빚을 갚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걸 알았지만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벌어진 일이니 내가 책임을 지겠다는 생각으로 아들이 7살이 될 때까지 3억 정도 되는 빚을 갚아 나갔어요. 아이 낳으러 들어가기 직전이나 출산 직후에도 일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하루라도 밀리면 사채업자들의 독촉전화에 시달려야 했으니까요. 한 쪽에 아이를 안고 모유수유 하면서 얼굴에 전화를 끼고 다른 손으로 메모를 하면서 일했어요. 아이 때문에 힘들다거나 하는 생각을 할 여유 자체가 없었어요. 그렇게 빚을 다 갚고 아이가 1학년 때 부모님 모시고 태국으로 가족여행을 갔어요. 그 동안 고생했으니 나에게 선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유가 없더라도 열심히 사는 나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 줄 필요가 있어요.
 
 
– 미혼한부모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주거 정책이 가장 필요한 것 같아요. 현재 주거정책은 신혼부부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신혼부부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건데, 출산율에 기여하고 있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미혼한부모를 위한 제도는 없어요. 미혼한부모를 위한 주거정책도 하루 빨리 마련되었으면 해요.
 
미혼한부모가 경제 활동을 하려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요. 제가 작년까지 방송대를 다녔는데, 밤에 학교를 가기 위해서는 아이돌봄 서비스를 이용해야 했어요. 근데 금액이 만만치가 않아요. 한 달에 50~6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부담이 되죠. 미혼한부모는 경제활동이나 학업을 계속하려면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해요. 현재는 수입이 130만원대 미만의 생활수급권자에게만 혜택이 있지만 아이 돌봄이 절실한 가정을 위해 아이돌봄 서비스가 확장되었으면 좋겠어요.
 
 
– 그 동안 방송 출연을 종종 하면서 아쉬웠던 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미혼한부모들이 불쌍한 모습으로 많이 비쳐지는데, 협회 차원에서도 그런 방송 출연은 안하려고 해요. 최근 출연한 다큐 프로그램의 경우는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괜찮았어요. 방송 출연 전에 제작진의 제작의도와 나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지고 싶은지 확실히 얘기를 하고 시작을 해야 되요. 그렇게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모습으로 방송에 나올 때가 많아요. 방송에서는 수많은 사연으로 미혼부모가 된 사람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 생명을 선택한 사람들이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가려는 것에 초점을 맞춰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그 방법을 꼭 슬프고 어둡게 그려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방송에서도 앞으로는 미혼부모를 보는 시각이 점차 개선되고 방송에서도 다양한 모습들이 많이 다루어졌으면 해요.

 
 
– 엄마이자 기업 대표, 협회 부대표, 그 밖에 다양한 역할을 갖고 있는데,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4녀 2남 중 셋째 딸이에요. 부모님이 아들을 많이 원하셨고, 아버지가 저를 아들같이 키우셨어요. 그렇게 자라서인지 사춘기 때는 내가 여자로 태어났다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그런데 필리핀에서 가이드 생활을 하면서 여자로 태어난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느꼈어요. 사람들을 대할 때 강인한 카리스마보다 부드러운 태도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을 보고 진짜 강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나중에 사람들이 저를 ‘멋진 여자’로 기억해 줬으면 해요. 어느 나라든 여자에 대한 편견이 많은데, 그런 편견 속에서도 여자로 태어나서 이런 일들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대견하다 생각들 때가 많아요. 여자라는 말은 엄마, 딸, 그리고 제 모든 역할을 품고 있는 단어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직업교육은 네일아트, 봉제, 비누만들기, 바리스타, 미용 등에 국한되어 있어요. 하지만 엄마들은 좀 더 다양한 교육을 원하거든요. 이번에 <엄마의 미래>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하고 싶은 직종을 직접 적게 했는데, 공무원,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기존 교육 프로그램에서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했어요. 다양성이 존중되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미용직업은 대부분 늦은 시간에 일이 끝나고 주말에도 일을 해야 되는 직업이라서 미혼한부모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직업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을 할 수 있게 시간과 공간에서 자유로운 일을 하는 거예요. 지금까지 제가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키워온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취업에 필요한 교육도 좋지만 이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가장 중요하고, 역량이 되는 사람은 꿈을 펼칠 수 있게 사업자금도 지원이 되었으면 해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함께일하는재단,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예비사회적기업인 기억발전소명랑캠페인, 그리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뜻을 모아 <나는 엄마입니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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