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
커피 한 잔의 가치, 베트남 농부의 삶을 일으키다
2016.05.04
커피 한 잔의 가치, 베트남 농부의 삶을 일으키다

(글. 이은수 / 베네핏 매거진 에디터)


세계에서 커피 원두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정답은 브라질.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양의 커피를 수출하는 나라는? 당신이 아무리 커피를 많이 마실지라도 그 답을 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낯설다면 한없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베트남이다.


사실 베트남은 브라질의 뒤를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커피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이다. 하지만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과테말라, 케냐 등 우리가 커피 전문점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는 원두 생산지 중 ‘베트남’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생산하는 원두 품종에 있다. 품질이 좋기로 소문난 아라비카 원두와 달리 베트남에서 주로 재배하는 것은 로부스타. 상대적으로 질이 낮아 인스턴트커피 등에 주로 사용되는 원두이다. 커피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게 인스턴트커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내 커피 수입 1위 국가가 베트남이란 사실은 더는 놀랍지 않다.



베트남은 19세기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처음 커피를 들여왔다. 이후 1990년대 본격적으로 커피 재배를 확산하며 현재 매년 약 173만 톤의 원두를 수확하고 있다. 2012년 발표된 기사에 따르면 커피 산업의 총 수익은 약 15억 달러로 이는 베트남 GDP의 약 3%를 차지한다. 동시에 커피 산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인구 역시 26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숫자 뒤에 가려진 베트남 농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리 아름답지 못하다. 이들 대부분은 세계 거대 무역 시장 체제의 희생양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온종일 허리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하지만, 그들의 손에 들어오는 돈은 매달 108달러 남짓. 월 최저임금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한편 세계적인 품질 기준은 높아져 가지만 가난한 소농의 입장에서 생산 품질 향상을 위한 투자 등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변화 등으로 인해 시장 가격이 널뛸 경우 농부는 한 해는커녕 다음 한 달조차 내다보기 힘들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사회적 경제에서 발견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베트남 내 민간 비영리 단체 Center for Development and Integration(이하 CDI)이다. 이들은 공정무역 단체 Green Fair Trade(이하 GFT)와 손잡고 가난한 농부가 시장의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각종 제도 정비를 비롯해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 등이 이들의 주요 업무로 이는 그동안 농부 개인이 시도할 수 없던 범위의 일이다. 이들의 궁극적인 비전은 가난한 사람, 여자, 남자, 어린아이 모두가 평등하게 존중받고 대우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으로 사회적 격차의 해소를 목표로 한다.

CDI는 이처럼 베트남 내 사회적 경제의 주체로 그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자 지구촌사회적기업 육성사업, GSAP의 문을 두드렸다. GSAP는 지난 1년 동안 인큐베이팅을 비롯해 상당한 액수의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고 CDI는 덕분에 그들의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지원 사업을 통해 CDI는 특히 베트남 람동 지방의 카우닷 마을에 주목했다. 이들은 우선 커피 재배 농부 30명을 모아 협동조합을 구성하고 공정무역 인증 자격을 취득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현지 농부를 대상으로 제공한 교육 및 각종 제도적 정비가 자리 잡고 있었다. 기본적인 운영 및 문서 관리 시스템부터 조합 정관 제정까지 작업은 보통의 베트남 농부들에게 다소 낯선 것이었지만, 동시에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 현재 베트남 농부들은 월례회의를 통해 자유로운 의견을 제시하며 1인 1표를 핵심으로 삼는 협동조합의 기본 정신에 따라 미래를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고 있다.



또한, CDI는 질 낮은 로부스타 대신 고품질 아라비카 원두의 친환경적 재배를 도와 커피 자체의 품질 향상을 도모했다. 그 결과 카우닷 협동조합은 현재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공정무역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CDI는 이를 통해 커피 농부들의 소득을 20%까지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포장 패키지 개발과 추가적인 판로 개척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들이 새롭게 발굴한 유통채널은 베트남 유통사 Dak Man, 한국의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 등이 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에서도 카우닷 생두를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수 시장의 활성화 및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CDI는 실업청년이 주체가 되는 바이크 커피(Bike Coffe)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바이크 커피는 청년이 카트를 끌고 하노이 구석구석에서 농부들의 땀이 어린 카우닷 커피와 로스팅 원두를 판매하는 활동으로, 청년들은 동시에 공정무역 커피를 홍보하는 전도사가 될 예정이다. CDI는 이들에게 카트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비즈니스 운영 노하우 및 바리스타 교육을 제공한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현재 오마이컴퍼니에서는 ‘베트남 청년들의 꿈을 싣고 달리는 바이크 카페(BIKE CAFE)’라는 이름의 크라우드 펀딩이 진행 중이다.

이외에도 공정무역의 개념을 바탕으로, 관광객이 카우닷 농장을 직접 방문하여 커피 원두 수확, 세척, 로스팅 및 시음 등을 체험하는 공정여행 프로그램을 기획 중이다. 현재 CDI는 아시아공정무역네트워크와 함께 5월 중 공정여행을 떠날 여행객을 모집 중이다.


 


공정무역은 이제 우리에게 낯선 개념이 아니다.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평하고 지속적인 거래를 통해 세계 무역과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이다. 지친 하루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커피 한 잔의 힘. 이제는 우리가 한 잔의 소비를 통해 커피 농부의 삶을 지탱해줄 때이다.


GSAP는 KOICA가 주최하고 함께일하는재단이 주관하는 지구촌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개발도상국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교육 및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 기회 등을 제공하여 사회 통합과 나아가 지역사회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베네핏은 총 7회에 거쳐 해당 프로그램을 비롯해 6개의 육성 기업 및 단체를 소개합니다.
 


※ 이 글은 베네핏 매거진에도 발행되었습니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