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
물 반 컵으로 세차 산업의 혁신을 꿈꾼다
2015.01.26

물 반 컵으로 세차 산업의 혁신을 꿈꾼다

– 친환경 사회적기업 ‘두레마을’ 취재기



햇살 좋은 날, ‘세차해야겠다’ 싶습니다. 처음 차를 샀을 땐 일주일에 한 번은 꼭꼭 손 세차를 할 정도로 열심이었는데, 오래도록 함께했더니 이제 두 달에 한 번도 귀찮습니다. 결국, 향하는 곳은 자동세차장. 기계 안에 들어가 있으니 물이 우르르 쏟아지고, 거품들이 칠해지고, 다시 물이 우르르 쏟아집니다. 딱히 할 것도 없는 차 안에서 괜히 물 낭비를 걱정해 봅니다. 사실 말이 ‘괜히’지, 실제로 물 낭비의 주범 중 하나죠. 오죽하면 전국적 물 절약 운동에 ‘세차 줄이기’가 들어갈까요.

물세차 한 번에는 최소 100L 정도의 물이 쓰입니다. 지난 2012년을 기준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이 282L인 걸 생각하면 두 달에 한 번 세차한다고 해도 꽤 많은 물이 세차에 사용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대만 세차해도 100L인데,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차들을 다 씻기려면 대체 몇 리터의 물이 필요하다는 걸까요.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할 것 같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떤 게 있을까요. ‘물 반 컵’으로 세차를 하는 사회적 기업 (주)두레마을은 세차로 낭비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줄일 확실한 대안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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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조치원에 위치한 (주)두레마을 본사


물 없는 세차장, 오염 없는 세차장
두레마을은 종이컵으로 반 컵 정도의 물(50cc)만 있으면 세차가 가능한 ‘초음파 에어 세차 회오리’ 기술(이하 회오리 세차)을 개발한 친환경 사회적 기업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실내 세차장에 들어섰는데도 물기 하나 없습니다. 두레마을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이 기술을 활용하면 물 입자를 에어건(air gun)으로 분사해 차체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도 먼지와 얼룩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사용하는 세제에도 눈길이 갑니다. 두레마을은 물에 자연 분해돼 수질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 약품을 사용합니다. 두레마을은 단순히 세차만 하는 게 아니라, 세차 산업 자체를 바꾸겠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두레마을의 관심사는 ‘친환경’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회오리 세차 기술을 활용해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도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 두레마을의 관심사는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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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건을 활용한 세차 교육


두레마을은 연기지역자활센터의 ‘맑은 나라 청소사업팀’에서 시작됐습니다. 청소사업팀이 2008년 공동체 두레로 자활센터에서 독립하고, 이후 (주)두레마을 법인을 세워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것이 지금의 두레마을입니다. 표준화된 사업에 소외계층을 밀어 넣어 효율성도, 수익성도 떨어진다는 자활사업의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독립했고, 독립하는 과정에서 회오리 세차 기술이 탄생했습니다. 손 세차도 해 보고, 세차장에 가서 교육도 받아 보고, 셀프세차도 해 보니 불편하고 비합리적인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삼복더위며 엄동설한에 손 데고 얼어 가며 세차하다 보니, 이 일을 어떻게 평생 직업으로 삼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합니다. 더위와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실내 공간에서 깔끔한 옷차림으로 할 수 있는 세차 방식을 꿈꾸게 됐고, 그렇게 이뤄진 꿈이 ‘회오리 세차’입니다.

처음에는 약품 걸레로 차를 닦는 방식으로 세차했는데, 흠집이 날까 걱정하는 손님들을 보고 일본에서 에어건을 들여와 세차산업에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에어건으로 아주 미세한 물 입자를 분사한 뒤, 닦아내면 됩니다. 물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배수시설에 대한 허가에서 자유로워, 창업의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두레마을은 이 기술을 활용한 세차기법으로 특허를 출원해둔 상태고, 회오리 세차기법을 접목한 세차장인 회오리샵과 회오리 세차 전동카트 ‘상상카트’를 활용한 세차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두레마을’의 역할,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
두레마을은 회오리 세차 기술을 일반시장에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제공하고, 소외계층들이 모인 자활센터 등에는 무상교육으로 기술이전을 하고 있습니다. 소외계층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원래의 목적은 지금도 확고합니다. 취재진이 찾아간 날, 마침 울산 장애인 자립지원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 소속의 장애인 2명이 기술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현재 두레마을과 협동조합은 업무협약을 맺고 기술교육과 일자리 창출에 함께 힘쓰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소속 장애인들이 교육받는 것을 지휘하고 있던, 협동조합의 총괄이사 이광렬 씨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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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음파 에어 회오리 세차’ 기술을 교육받는 모습


지금 두 분이 교육을 받고 계시는데, 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전체적인 교육은 4주에 걸쳐 이뤄집니다. 그런데 거리가 멀다 보니 비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2주간 기본 교육과정만 밟고, 이후에 보수 교육을 따로 받게 하고 있습니다. 기본 세차과정과 명품 세차과정이 있는데, 기본 과정을 사나흘에 걸쳐 교육하고, 또 반복 교육하면서 손에 익게 하고 있습니다. 저희 조합은 대부분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을 익히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서는 감만 익히게 하고 본격적인 교육은 내려가서 진행할 겁니다.

일반교육과 장애인 교육이 같은 형태와 과정으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네, 다릅니다. 그래서 저희 협동조합과 두레마을이 협력관계를 맺은 거죠. 가장 처음에 한 일이 뭐냐면, ‘초음파 세차의 직업적 특성에 관한 연구’에 대한 TF를 구성한 거였어요. 이 일이 발달장애인의 직업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내용적 토대를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단순히 일자리가 있으니 와서 일하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거꾸로 장애인에게 맞는 직업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희가 가진 강점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장애인들을 교육하는 걸 보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을 많이 제안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이야기해 주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네, 세차 작업 중에 타이어 안의 휠을 닦는 게 있어요. 타이어 왁스를 전체적으로 뿌리고 난 뒤 휠을 닦는 거죠. 비장애인에게는 이게 하나의 작업이에요. 그런데 발달장애인들은 이게 동시에 안 돼요. 뿌리는 동작과 닦는 동작을 다른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작업이 두 개의 작업이라고 이야기를 해 줘야 합니다. 그리고 각 작업에 대한 손놀림이라든지 생각의 순서를 정해 주는 게 필요하고요.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했죠. 결과적으로 우리는 두레마을로부터 기술을 배우고, 두레마을은 발달장애인 고용에 필요한 실질적인 교육기술을 배울 수 있으니 서로 도움을 주는 게 됩니다.

네, 그럼 일은 언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나요?
-먼저 울산교육청에서 작업을 시작할 계획을 하고 있고요, 아직 구체적인 시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육청과 공간 사용, 전기 지원 등에 관련된 내용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교육청 직원, 방문 손님 등이 고객층이 되기 때문에, 사업 시작은 학교 개학 시기 즈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업이 시작되면 고용된 조합원들에게 수익이 생기겠네요.
-그렇죠. 최저임금을 지켜서 임금을 지급하면 110만 원 정도 되는데, 발달장애인들은 그 특성상 집중을 오래 못 해요. 업무시간을 하루 4시간으로 정한다는 기준 아래, 635,000원을 지급할 생각입니다.

돈보다 중요한, 세차 산업의 혁신
두레마을은 세차 사업 이외에 청소사업, 물류사업 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소외계층 자활센터 등에 무료로 기술이전을 해 주고, 일반과 프랜차이즈 협약을 맺을 때도 개런티 등을 받지 않기 때문에 ‘회오리 세차’ 기술이 주 수입원은 아닙니다. 대신 소외계층을 고용해 청소사업, 물류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합니다. 청소사업은 용역, 대행으로 나누어 인력을 분배하는데, 용역은 조달청을 통해 학교 등에 들어가 연 단위로 계약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대행은 말 그대로 입주 청소나 이사 청소, 건물 관리 등을 대신해 주는 형태로 진행합니다. 약 서른 명 정도가 청소사업 인력으로 고용돼 있습니다. (주)두레마을 김영도 대표에게 두레마을의 사업 분야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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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두레마을 김영도 대표


두레마을의 직원 중, 서른 명 정도가 청소 업무를 맡았다고 하셨는데요, 이 인원이 용역과 대행 업무를 나눠서 하고 있나요?
-그렇긴 한데, 대행 업무는 부장님이 혼자 하세요. 대행업은 일이 산발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잉여인력을 둘 수가 없어요. 부장님이 자활센터에서 같이 나오신 분인데, 의뢰가 들어오면 본인이 인맥 중심으로 인력을 편성해서 같이 일하고 일당을 지급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어요.

청소대행 업무를 하시는 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모두 용역 일을 하고 계시는 거군요.
-네, 보통 학교 청소를 하고 계십니다. 최저임금을 맞춰서 드리고 있는데, 여기서 좀 문제가 생겨요. 학교에서 주는 용역비는 정해져 있는데, 최저임금을 맞추려니까 이 분들이 일한 시간만큼의 임금을 다 드리기엔 돈이 부족해요. 그래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걸로 협의하고 있는데, 근무시간이 줄면 임금도 줄게 되죠. 어느 정도 급여 수준은 돼야 하는데, 용역비는 늘지 않고 근무시간만 줄어드는 게 좀 아쉽습니다.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이 70대이신 분도 있고 60대 후반인 분도 있고, 대부분 고령자예요. 학교에서는 나이가 많은 분들이니 사람을 바꿔달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고령자분들이 학교 위생 관리를 할 때의 역할은 단지 ‘청소’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어르신들이 구석구석 학교를 돌아다니고 청소하면서 아이들을 지켜보는 역할을 하십니다.

청소하면서 만나는 아이들이 모두 손자, 손녀뻘일 테니, 자연스레 정을 주실 것 같습니다.
-그렇죠. 학교 청소하시는 분들은 사탕 갖고 다니면서, 우는 친구가 있거나 화장실에서 실수하는 아이들 있으면 옷도 갈아입히고, 달래기도 하면서 돌봐주는 일도 하시는 거거든요. 그런데 학교에선 그걸 잘 모르죠.

학교 측에서 알아줄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지금까지 이야기한 청소분야 외에 물류사업도 진행하고 계시죠?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네, 저희는 그냥 세차를 잘하는 게 아니라 세차 산업 자체를 바꾸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는 얘기를 했죠. 그래서 회오리 세차를 개발해서 하고 있는 거고요. 저희가 프랜차이즈를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부분이, 친환경 세차산업이 늘어나면 그와 관련된 소모품 생산도 늘어나겠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국내 친환경 세차용품들을 사서 프랜차이즈점에 판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물류사업을 시작한 거죠. 아직은 인건비 정도의 이윤만 나오고 있어요. 그래도 회오리샵과 상상카트 사업이 잘되면 물류산업도 활발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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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친환경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의 지원비로 제작한 ‘상상카트’


상상카트는 최근 한화 친환경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업그레이드됐다고 들었어요.
-네, 지자체 사업개발비로 기존의 카트 디자인을 새로 하고, 한화에서 준 지원금의 90% 정도를 제작비로 투자했어요. 사업적으로 가장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이죠. 총 네 대를 새로 만들었는데, 이 카트들을 빌려 주고 매달 임대료를 40만 원정도 받을 생각이에요. 이 돈은 그대로 모아서 새로운 카트를 제작하고 지원하는 데 사용할 겁니다. 돈이 커지고 카트가 많아지는 만큼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지는 거죠.

카트의 역할은 뭔지 설명해 주세요.
-카트 안에는세차와 홈 클리닝을 할 수 있는 장비가 들어가 있어요. 소형 압축기, 청소기, 세차용품, 인버터 등이 다 들어가 있어요. 자체 전기로 돌아가는 제품이고요, 기존의 카트와는 달리 크기를 좀 줄여서 엘리베이터에 들어갈 수 있게 했어요. 그래야 아파트 등을 돌아다니면서 부분적인 홈케어를 할 수가 있으니까요. 카트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보면 창업이면서도 창업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잖아요. 그래서 공을 굉장히 많이 들였어요. 카트가 정말 몇 천 개가 나가서 동네마다 돌아다니면 세차 산업 자체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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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카트의 내부. 소형 압축기와 인버터 등이 보인다.


세차 산업의 모습을 바꾸고, 그 사이에서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나도록 하는 것. (주)두레마을의 변하지 않는 목표입니다. 김영도 대표가 바라는, 두레마을의 미래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건 꿈 같은 얘기인데”로 말문을 열고는 이내 ‘청소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청소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비슷해요. 그만큼 광범위하고 엄청난 시장입니다. 세계 5대 프랜차이즈 사업 중에 청소 분야가 있을 정도면 말 다 했죠. 세차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의 역사와 같이 가고, 그만큼 시장이 다양하고 큽니다. 그런데 청소나 세차는 ‘3D’ 업종으로 분류되잖아요. 굉장히 경쟁력 있고 앞으로 방향성이 뚜렷한 분야인데도 노동시장이 굉장히 열악하고, 관련된 안전, 교육기관도 없어요. 종사자 분들도 자긍심을 가지고 자기 주도적으로 사업에 접근하는 게 아니라 수동적으로 대처하시고요. 이런 청소, 세차 시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게 목표입니다. 종사자들에게 기능 교육이나 소양 교육 등 다양한 교육들을 제공해서 전문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이런 직업훈련이라는 토대를 통해 청소, 세차 분야가 가능성 있고 전문적인 분야로 인정받게 하고 싶습니다.”


5년 뒤, 그리고 10년 뒤. 변하지 않을뿐더러 내내 커져만 왔던 두레마을의 꿈은 어디까지 현실이 돼 있을까요? 두레마을이 세워진 이유를 이야기하며 열 올리던 김영도 대표의 모습에서 ‘꿈은 이루어진다’던 때 지난 유행어를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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