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기업 종사자를 보듬는 기부
- 2014.07.31
사회적기업 종사자를 보듬는 기부
– ‘삼성SDS와 함께하는 (예비)사회적기업 IT 기기 및 교육 지원 사업’과 프로보노 활동
사회적기업 대표자와 종사자에게 기업의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하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아마도 ‘시설·장비 확충 또는 개선’ 그리고 ‘임직원 교육’을 꼽을 것입니다. 시설·장비 중에서도 PC와 같은 IT기기의 경우, 매일 사용하는 기본적인 장비이고 수명주기가 짧으므로 정기적인 점검과 교체가 필요하지만, 사양이 낮고 느리긴 해도 작동은 된다는 이유로 후순위로 밀리기 마련입니다. 또한 사회적기업 지원이 대부분 사업자금지원 위주여서 기기와 장비 구입 지원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삼성SDS와 함께하는 (예비)사회적기업 IT기기 및 교육 지원과 프로보노 활동」은 재단이 삼성SDS와 파트너를 맺어 진행된 첫 사업으로, 사회적기업의 이러한 형편을 잘 짚어낸 사업입니다.
삼성SDS의 프로보노 활동은 6명의 IT개발 전문 분야의 직원들이 1개월 동안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여, 예비 사회적기업 효순효식의 직원용 인트라넷을 개발한 것입니다. 이 덕분에, 수기로 관리되던 업무를 홈페이지에서 관리할 수 있어 정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고, 프로그램일지의 체계적인 관리로 활동대상(노인)에 대한 자료관리가 쉬워졌습니다. 또한 홈페이지를 통해 서비스를 관리함으로써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어, 궁극적으로 서비스의 수준을 향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IT기기 및 교육 지원사업은 취약계층 고용형 사회적기업 종사자들의 업무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삼성SDS 임직원들이 모금한 금액을 IT기기나 관련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기부의 개연성을 높인 지원사업입니다. 2013년 11월에 개시하여 올해 8월까지 진행하였는데, 취약계층 고용형 사회적기업 중 IT기기 및 교육 지원이 시급한 다섯 곳을 선정했습니다. (주)늘푸른자원, 더드림직업재활원, 민들레마을(주),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 에코소랑이 이들 기관입니다.
이들의 일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지원 이후 이곳들은 더 좋은 직장이 되었을까요? 직접 확인해보기 위해 다섯 기관 중 한 곳인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다녀왔습니다.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현판
“안녕하세요!”
사직 야구경기장 근처에 위치한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 들어선 순간, 30여 명의 장애인 작업자들이 힘찬 인사를 건네주었습니다. 우렁찬 목소리에서는 각자의 자리에서 화기애애하게 일하는 장애인 이용자들의 즐거움과 자부심이 엿보였습니다. 활기찬 인사가 기분 좋은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1994년 설립된 부산 가정종합복지관 부설 보호작업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개별 기관으로 독립한 이후에는 직업이 있는 삶을 꿈꾸는 지역사회 중증장애인들의 직업재활을 성취하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어 보호작업장 운영, 직업적응훈련(작업활동프로그램), 전환교육, 네트워크 등의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20여 년의 세월동안 꾸준히 직업재활을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현재 이곳에서는 18세 이상의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뇌병변 장애인으로 구성된 45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중 25명은 근로장애인으로서 비장애인 직원과 같이 4대보험 등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작업중인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 내부의 모습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DM베스트’라는 상호로 외부와의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DM 사업, 각종 인쇄물 디자인 및 인쇄, 제본 작업까지 인쇄물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요. 장애인 작업자들이 이곳에서 하는 업무는 특성상 DM 작업이나 인쇄 보조 등 단순한 잡무가 대부분입니다.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 기계가 많기 때문에 기계 근처에서 작업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대신 봉투 안에 책을 하나씩 넣거나, 양면테이프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의 일을 합니다. 비장애인의 관점에서는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일 수 있지만, 이곳의 작업자들에게는 정직하게 일을 하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엄연한 직장이자 소중한 일터입니다.

종이태그(tag)에 매듭을 묶는 작업

시설에서는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매월 소방교육, 인성교육, 성교육을 진행하여 이용자 업무생활의 애로사항을 최소화하며, 작업자들의 부모님들을 위한 부모교육도 진행합니다. 부모교육은 매 분기마다 장애인 지원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는 등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고충을 나누기도 하는 대화의 장으로 역할하고 있습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을 위한 영화관람이나 외식도 시설에서 종종 함께하는 일입니다. 작년부터는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환원하고자 환경정화 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정도면 여느 기업 못지 않은 조직문화를 갖추고 있는 셈입니다. 부산장애인직업재활센터는 이처럼 단순한 일거리를 넘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이용자들의 삶의 면면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가야 할 길은 멉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근무하는 작업인들의 월급은 40만 원이 채 되지 않고, 정규직 직원인 25명을 제외하고는 아직 정규채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인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한, 지속가능한 고용을 위해서는 생산성의 향상이 필수적이었지요. 특히 가장 절실했던 부분은 노후한 컴퓨터를 대체하는 일이었습니다. 시설 선임 직업훈련교사인 백정은씨는 말했습니다. “저희 컴퓨터가 정말 느렸거든요, 용량도 적고요. 힘들게 디자인한 데이터를 인쇄하려고 하면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었어요. 인쇄 누르고 한참있다 가보면 이제 1장 넘어갔다고 하시고.. 이번에 채용되신 디자이너 분도 컴퓨터를 보시고 엄청 놀라셨었어요(웃음).”
그래서 삼성 SDS가 나섰습니다. 작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최신 데스크탑과 택배 송장 프린터를 지원한 것입니다. 그동안은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인쇄 데이터가 넘어가는 성능을 자랑하던(?) PC 대신 새로운 데스크탑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 새로운 데스크탑 덕분에 인쇄물의 작업속도와 효율이 향상되었습니다. 데스크탑 후원을 받으면서 디자인 담당자를 한 명 더 채용하게 된 것도 큰 성과였습니다.
지원받은 데스크탑으로 작업하는 모습
아담한 크기의 택배 송장 프린터
간편하게 출력하여 박스에 바로 붙이면 작업 끝
택배 송장 프린터 또한 더욱 빠른 작업을 위한 지원군이 되었습니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출력을 누르는 동시에 바로 스티커 형태의 주소용지가 나옵니다. 기존에는 일반 종이에 프린트 된 주소지를 테이프로 붙여야 했습니다. 때문에 세밀한 손 작업이 어려운 장애인 작업자들이 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잘못 붙여 종이가 울기라도 하면, 재작업을 하는데 시간을 소모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장 프린터는 원래 그 일을 할 수 없었던 사람이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장본인입니다. 여느 스마트 장비 부럽지 않은 고마운 프린터로 작업 속도가 3~4배 정도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부산장애인직업재활시설 선임 직업훈련교사 백정은 선생님
이번 지원을 통해 필요한 교육도 받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권에 관한 감수성을 높이는 강의, 생활 편의나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한 스마트폰에 관한 강의뿐만 아니라 청렴교육, 윤리경영에 관한 교육 등 평소 관심만 가지고 있었던 분야들을 직접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비장애인 직원으로 인권 교육을 마친 선생님들은 이후 장애인 작업자들과의 사소한 소통에서도 ‘혹시 이게 인권 침해일까?’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백정은 선생님은 말했습니다.

곳곳에 붙어있는 안전주의 스티커
부산장애인직업재활센터는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을 보채거나 재촉하지 않고, 서로 도와가며 꾸준히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이 이들의 더 멋진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번 삼성 SDS의 (예비)사회적기업 IT 기기 및 교육 지원에 힘입어, 부산장애인직업재활센터는 조금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결코 혼자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멀리 가기 위한 소중한 수단입니다. 앞으로도 이들의 함께가는 걸음을 응원하기 위한 후속 지원들이 이어져 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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