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
‘고립의 원인과 자립의 실마리’ _ 한일청년니트비교포럼 개최
2014.06.30

‘고립의 원인과 자립의 실마리’

-한일청년니트비교포럼 개최

 

“20대 니트족입니다. 취업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고요. 직업 따위 가지고 싶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인생의 종착점에 서 있어서 오래 살 만큼 살았는데 그냥 여기에서 인생을 끝내고 싶습니다.”

어느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온 고민 글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일명 니트족이라 불리는 이들이 얼마나 존재할까요? 그들은 왜 니트족이 됐을까요? 취업할 의사도 없으며, 취업을 위한 교육 및 훈련도 하지 않는 이들을 니트족으로 부르지만, 이것이 현실의 많은 니트족을 아우르는 제대로 된 정의일까요? 함께일하는재단은 지난 6월 25일 ‘고립의 원인과 자립의 실마리’라는 주제로 한일청년니트비교포럼을 열어 이런 의문을 공개적으로 던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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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일본에서 발간된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본 청년 자립 지원단체인 소다테아게넷이 2,300명의 니트를 직접 만나 인터뷰한 데이터를 유의미하게 분석한 책  『若年無業者白書』을 최근 출간했습니다. 이에 재단은 그 책을 E-book으로 번역·출간해 한국 니트 연구에 박차를 가하려는 의도에서 청년일자리허브센터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일본 청년니트백서> 내려받기 -> 클릭

 

누구라도 무업자가 될 수 있는 사회

소다테아게넷의 『若年無業者白書』은 일본 사회에도 전무후무한 니트족에 대한 데이터와 분석을 담고 있어 화제가 되었고, 일본 정부의 니트족에 대한 정책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날 행사는 일본 사례를 바탕으로 국내에 주목받지 못하는 니트족에 대한 문제의식을 일깨우는 자리였습니다.

첫 발제는 『若年無業者白書』 공동저자인 니시다 료스케 리츠메이칸대학 대학원 준교수가 나서 분석 데이터에 대한 주요 요소를 설명하였습니다. 그는 “누구라도 무업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회임에도, 일단 무업 상태에 빠지면 탈출하기 힘든 사회”라며 서두를 열었습니다.

니시다 교수는 2차 세계대전과 고도경제성장기를 거쳐 온 일본은 빠르게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며 “일본의 사회·복지 시스템은 이런 배경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재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런 배경 속에서 “니트 문제가 청년 자기 책임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현재의 무업사회가 도래하게 됐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니시다 교수는 이번 데이터의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몇 가지 범주에 따라 니트 기간의 길이가 짧아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산관학이 연계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민간의 성공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구조가 되면 좋겠다. 특히 전 세계에 비슷한 문제를 앓는 나라가 많은데, 한일 양국이 힘을 합쳐 좋은 선례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고 발표를 끝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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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쿠도 게이 소다테아게넷의 이사장의 ‘일본 니트의 현황과 지원기관의 역할’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쿠도 게이 이사장은 함께일하는재단과 2012년 사회적 일자리를 찾는 젊은이들의 지침서인 『청년 사회적 창업하기』를 번역·출간해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쿠도 이사장은 본격적인 발표 전에 소다테아게넷의 비전과 활동 목표를 소개하며 “우리는 사회에 진입하기 힘든 청년들을 돕는 일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사회가 잘못 됐다면 그걸 변화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가 이런 일을 꼭 해야 한다고 우리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이번 백서를 만들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쿠도 이사장은 일본에서는 15세에서 39세까지의 청년층이 3,600만 명에 이르며, 그중 1/16명이 니트라고 불리는 무업자라고 설명하며, 말미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에서는 청년층 중 얼마가 니트족인지 아는가?”

쿠도 이사장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청년무업자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히키코모리를 전제하여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건 비극이다. 히키코모리를 전제로 하면서 많은 수의 젊은이가 그 카테고리에서 빠져 잊히기 때문이다. 자택에서 좀처럼 나오지 못 하는 젊은이, 상처 입은 젊은이 등은 상호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을 수 있다. 또한 일을 찾지 않는 사람을 게으르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증명된 바가 없다. 조사를 해보니 30%가 병중이거나 부상 중인 사람이었다. 게다가 70%는 아르바이트나 정사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정확한 분석을 해나가야 소셜 프로모션이 가능하다.”

쿠도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지원기관이 해야 할 일에 대해 발표하며 시선을 주목시켰습니다. 그는 “우선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양복이 없어 취업 면접을 볼 수 없다는 청년을 상담한 적이 있는데 그 청년에게 우리 직원이 양복을 빌려줬다. 그 후 취업활동을 못 하는 사람에게 양복을 빌려주자는 이야기가 퍼져서, 약 한 달 만에 4천 벌의 양복이 우리에게 왔다. 이런 작은 성공사례에 비슷한 프로세스를 적용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작고 작은 데이터들을 축적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이 언젠가는 소셜 프로모션의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한일이 협동하듯이 에코시스템을 구축해서 사회문제로 외연화해야 한다.”며 지원기관의 역할을 소개했습니다.

쿠도 이사장은 “우리만 노력해서는 안 된다. 사회 전체를 끌어들여야 한다. 작은 실마리가 모여 사회 전체가 돕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라는 말로 끝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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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사회, 누구도 니트가 될 수 있다

일본 사례의 이야기가 끝나자 방청객들은 한국 니트의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설명에 목말랐습니다. 일본이 작은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고 소셜 프로모션을 해나가는 이야기를 듣는 동안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무게감 있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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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한 유자살롱 공동대표는 이런 기대감들 속에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현재 유자살롱은 무중력청소년과 활동한 이야기를 담은 『유유자적 피플: 무중력 사회로부터의 회복(가제)』이라는 책을 발간할 예정입니다. 발표를 시작하기 전 함께일하는재단 김창주 전략팀 팀장은 “한국 니트 현황이 2011년도에 130만 명에 이르며 30대 이상 대졸 니트가 급증했으며 여성 니트가 많다. 이는 남성중심의 사회적 문제와 과잉학력의 문제 그리고 고졸자의 사회적 문제가 연관된 것이다”라며 한국의 상황에 대해 짧게 설명하며 방청객의 이해를 도왔습니다.

이충한 대표는 “한국에서는 니트란 말을 잘 쓰지 않고 청년 실업이란 말을 쓴다. 하지만 그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취업 중인 사람은 행복할까? 하는 것이다. 실업자 중에는 이직 준비 중인 사람도 있지만 스스로 프리타로 지내는 사람도 있다. 취업을 잘하는 사람이 니트보다 자아 인식이 더 낮은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며 한국 니트의 특징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니트가 아닌 사람은 얼마나 되는가!’와 ‘니트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이다. 그래서 니트에 대한 유자살롱은 조금 다른 정의를 내리고 있다. 바로 무중력 상태, 즉 나를 끌어당기는 일 혹은 사람이 없는 상태이다. 이런 정의는 아까 쿠도 상이 말한 ‘누구나 니트가 될 수 있다’란 말과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는 니트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니트의 문제를 개인 성향 문제로만 치부해버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해결방안은 ‘단일하고 단순한 방법은 없다!’이다.”

이 대표는 한국은 최소 10년 정도는 이 문제로 힘들 것이라며, 나락의 단계마다 막아줄 장치 혹은 나락으로 떨어진 이들이 다시 정상화할 수 있도록 단계별 자립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니트의 반대말은 자립하는 인간인데 우리나라에서 그런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자립은 하되 상호의존하면서 자립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사회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도 훅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훅 올라갈 수 없다. 진부하지만 필요한 정답은 하나씩 단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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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고립의 원인’에서 주요 발제가 끝난 후, ‘2부. 자립의 실마리’ 순서가 이어졌습니다. 2부는 청년자립을 위해 활동하는 한일 청년활동가가 서로 공유하고 교류하는 자리로 1세션은 삶에서의 독립성 심리적 자립(공공상담소), 주거와 생활의 자립(민달팽이 유니온)에 대해서 2세션은 자기 비전의 발견 현재와 미래의 비전(기본소득청‘소’년 네트워크), 교육과 니트의 관계(하자센터)에 대해서, 3세션은 일, 사람과의 관계 경력형성과정(K2인터네셔널), 준거집단(유자살롱)에 대해서 논의가 펼쳐졌습니다.

한일 청년문제를 고민하는 단체들의 만남이라 한일 상황에 대한 심도 있는 교류와 해결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2부 순서 중 박형주 하자센터 기획부장의 발표는 한국 청년들의 삶을 생애사적으로 분석해 이목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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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부장은 “한국 니트의 55.2%가 순수 고졸이다. 이것을 따지고 들어가면 한국의 근본 문제와 맞닿아 있다. 한국은 생애사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자기 비전이란 것이 삶의 전망이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단절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3포 세대란 말처럼 바로 앞의 삶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IMF 이후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나락의 공포감이 심해졌다. 초등학생에게 꿈을 물어도 안정적인 직업을 말한다. 어떻게든 대학 공부를 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학원 ‘뺑뺑이’를 돌려 공부를 시키지만, 그도 못하는 이들은 결국 대학을 적극적으로 포기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은 2009년 이후 대학 진학률이 3년 넘게 하락했다. 결국 비진학 아이 중 가정도 정부도 케어 하지 않는 아이들이 니트화되고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에 들어간 아이들은 괜찮은가? 아니다. 그들은 대학에 가기 위해 힘을 다 뺐는데 졸업하고 나면 엄청난 취업난이 기다리고 있다. 일명 ‘멘붕’에 빠지고 방황하기 시작하는 것이다.”라고 한국의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결국 “실제로 따지고 보면 모든 청년이 니트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단언합니다.

박형식 부장은 “이런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어디 입시나 취업 정보가 아닌 긴 안목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며 인맥을 쌓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주는 것이다.”고 주장했습니다.

“자기 삶을 자기가 꾸릴 수 있는 자세, 옆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체력, 상부상조한 경험 등이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한국 니트에 대한 문제는 그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니트족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결과와 지원공식이 없는 현실이지만, 그것을 깨닫는 것부터가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청년 지원에 대한 의미 있는 의제를 던지는 일, 함께일하는재단은 그곳에서부터 청년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가 보려 합니다.

 

 

 

사진제공: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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