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
적정기술, 슈퍼푸드를 만나다!
2016.06.07
적정기술, 슈퍼푸드를 만나다!
(글. 이은수 / 베네핏 매거진 에디터)




처음엔 낯설다. 이게 무슨 맛인가 싶어 한입 두입 먹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콜럼버스가 ‘천사의 열매’라고 불렀다는 과일, 파파야의 이야기이다. 파파야는 지구 상에서 항산화 성분을 가장 많이 함유한 과일 중 하나이다. 비타민 A, B, C, D가 고루 함유되어 있으며 특히 비타민 C의 함유량이 월등히 높아 피부 노화 방지 등에 탁월하다. 이 때문에 파파야는 오랜 기간 역사 속에서 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됐으며 현재도 노랗게 익은 과일 형태뿐 아니라 풋과일 상태의 채소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렇듯 맛도 영양분도 뛰어난 파파야는 사실 식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적정기술과의 만남을 통해 또 다른 역할을 선사 받았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농촌 지역 껀달 주. 그곳에는 파파야와 적정기술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농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파생 상품을 생산 및 판매하는 곳, 바로 ‘MG 적정기술센터’이다. MG 적정기술센터는 대한민국 적정기술 1호 개발자 김만갑 교수가 직접 설립하고 운영하는 회사이다. 적정기술 연구개발과 교육훈련을 통해 캄보디아 특성에 적합한 자급자족 시스템을 개발 및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2013년 설립되었다.



아니 그런데 대체 ‘적정기술’이 뭐길래? 언뜻 낯설게만 느껴지는 그 개념은 사실 착한 기술의 다른 말이나 마찬가지이다. 적정기술이란, 한 공동체의 문화, 정치, 환경적인 면들을 고려하여 만들어진 기술로 주로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수준에 맞춰 제공해준 기술을 말한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에서 자전거를 이용해 농기구나 세탁기 등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혁신에 관심 있는 당신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라이프스트로(LifeStraw)행운의 철 물고기(Lucky Iron Fish) 역시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캄보디아 껀달 주에 적용된 적정기술은 어떤 종류의 것일까? 정답은 온돌, 추운 겨울 따끈한 아랫목을 자랑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기술이다. 그런데 열대 기후의 나라 캄보디아에서 어떻게 온돌이 적정기술이 될 수 있느냐고? 그 비밀은 바로 ‘건조’에 있다. 캄보디아는 1년의 절반이 우기이고 건기에도 습도가 높은 편이다. 이 때문에 과일이나 작물을 재배하면 반드시 건조 과정을 거쳐야 보관이나 운반이 가능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 건조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기계 자체를 구매하는 것도 문제거니와 기계를 돌릴 경윳값이나 전기료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만갑 교수가 개발한 온돌 건조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적정기술사례로, 캄보디아 지천으로 널린 야자 껍질, 나뭇잎을 땔감으로 사용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동시에 쓰레기 소각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일석삼조의 해결책이다. 그뿐만 아니라 파파야 가공 후 최종 단계에서 나온 찌꺼기를 활용하여 유기농 퇴비와 살충제를 직접 제조하는 등 농업의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가 처음 캄보디아에 온돌 건조장을 도입한 게 2012년,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그동안 MG 적정기술센터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캄보디아 농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KOICA와 함께일하는재단이 힘을 합친 지구촌사회적기업육성사업, GSAP가 있었다.

MG 적정기술센터는 GSAP의 도움을 받은 지난 1년여 동안 시설완비 및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실내외 건조장, 냉동 창고, 포장 작업장, 강의 및 휴게실 등에 대한 시설공사를 완료했으며 그 결과 더욱 쉽게 농작물 가공작업과 적정기술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파파야를 가공하는 기술 또한 다양해져 염장 상품을 출시해 수출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앞으로 센터는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파파야 말랭이나 껍질 가공품 등의 상품 역시 출시할 전망이다.



이외에도 슈퍼푸드로 알려진 ‘모링가’를 가공한 분말 가루 역시 MG 적정기술센터의 주력상품 중 하나이다. 모링가는 혈당조절에 탁월한 효능을 보이는 식물계의 종합영양제로, 센터에서는 100% 천연 유기농 방식으로 모링가를 재배 및 가공 판매한다. 자세한 과정은 아래의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센터의 규모와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현지 주민들 역시 전문 농업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춰나가고 있다. 이제 주민들은 관리인의 지도 하에 각자 분야에 적용되는 적정기술을 이용하여 농작물 가공 작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주민들 스스로가 센터에 애정을 가지고 작업에 임한다는 사실이다. 센터 역시 이러한 주민들의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부지 내에 어린이용 도서관을 설립했다. 업무 시간 동안 근로자의 자녀들은 이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자연스럽게 마을 내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이처럼 MG 적정기술센터는 과학기술의 힘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현지 주민의 삶 전반을 풍요롭게 가꾸고 있다. 사실 적정기술은 GSAP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있는 개념이다. 물질적 원조를 넘어 수혜 계층의 필요와 상황을 고려해 나온 기술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없다. 하지만 단순한 요행이 아닌 미래를 위한 진정한 고민을 이어나갈 때, 그 결과물은 분명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닐 것이다.

국제개발과 사회적 경제의 만남, GSAP. 그동안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네팔 등을 거쳐 진행된 이들의 사업은 얼마전 최종 막을 내렸다. 한편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지난 1년여의 시간을 돌아보며 사업의 성과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그들이 지구촌에 심은 지속가능한 변화의 씨앗을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신청은 지금 바로 온오프믹스에서 가능하다.




GSAP는 KOICA가 주최하고 함께일하는재단이 주관하는 지구촌 사회적기업 육성사업 프로그램입니다. 사회적기업을 통해 개발도상국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며, 교육 및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자활 기회 등을 제공하여 사회 통합과 나아가 지역사회 개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베네핏은 총 7회에 거쳐 해당 프로그램을 비롯해 6개의 육성 기업 및 단체를 소개합니다.
  
 

※ 이 글은 베네핏 매거진에도 발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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