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소식
(2) 구도 게이 뒤풀이 짤막 인터뷰
2006.03.28
_구도 게이 뒤풀이 짤막 인터뷰
 
 
 
함께: 어제 SELF Asia with ASES 청년사전캠프에서 ‘제 3섹터에서 일한다는 것은?’이란 주제로 한국 청년들을 만나셨지요? 오늘은 talk show에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셨는데(질문공세가 엄청나서 놀랐습니다. 한 시간 넘게 질문이 계속되더군요), 한국 청년들을 만나본 소감이 어떤가요?
 
구도 게이: 일본과 정말(힘주어!) 같다고 생각했어요. 전주에서도 그렇고 여기서도 그렇고,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훨씬 활발하고 힘차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남성들이 기운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꺼리면서 궁금한 게 있으면 나중에 메일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물어본다고 하더군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일본이나 한국 남성들이 옛 가치관에 얽매여 있다고 느꼈어요. 남성들은 한 가정을 책임질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이 있는 거 같아요. 반면 여성들은 밖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전 뚜렷한 롤모델이 없다 보니 NPO도 가보고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하는 거 같아요. 남성들보다 더 자유롭고 적극 움직이는 거지요. 게다가 사회적기업이 남성들에게 썩 좋은 직장은 아니라는 의식이 있잖아요. 돈도 많이 못 벌고 안정적이지 못하니 집안 반대에 흔들리고, 여자 친구가 싫어해서 차이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요. 저희 NPO도 65%가 여성들이에요. 능력과 실력만으로 뽑았더니 그렇더라고요. 앞으로 남성들도 많이 지원해주면 좋겠어요. 우리 일이 거친 면이 있어서 물리적인 제어가 필요할 때 남성의 도움도 필요하거든요.
 
함께: 일본의 생활협동조합도 남성보다 여성들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들었어요.
 
구도 게이: 네, 사실 그래요. 남성들은 협동조합이나 NPO법인 들어오는 게 거의 제가 시작한 나이(이십 대) 때인 거 같아요. 여성들은 40대에 들어오거나 그때까지 일하는 모델도 있는데 남성들은 그렇지 못해요. 어쨌든 지금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십 대에게 보여주는 게 필요할 거 같아요.
 
함께: 오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에게 도전하라는 이야기를 하셨잖아요. 한국에서도 소셜벤처와 사회적기업이라고 해서 여러 지원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어요. 하지만 오래 끝까지 살아남는 기업은 많지 않아요.
 
구도 게이: 한국의 제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일본도 비슷한 지원 제도가 있어요. 하지만 기업이란 것 자체가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살아남는 기업은 살아남고 아니면 망하는 거 같아요. 근데 유독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 오래가지 못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거 같아요. 요즘 일반적인 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운데 사회적기업이나 소셜벤처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다고 생각해요. 정부지원을 받는 NPO가 일본에 5만 개 정도 있는데 연 순이익 1억 엔 이상 내는 기업은 5~6%밖에 안 돼요. 내부 직원 한 명 월급 주며, 겨우 유지하는 기업이 80% 정도지요.
 
함께: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 지원은 취업난 타개와 일자리 창출 목적이 있어요. 그런데 오래가지 못하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구도 게이: 기본적으로 소셜벤처가 비즈니스로 가는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번째 사원이 누구 인지인 것 같아요. 대표 다음으로 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무척 중요해요. 대표는 밖에 나가서 멋있는 이야기를 하면 돼요(웃음). 혼다 그룹의 회장은 경리나 회계를 잘 모를 거예요. 한마디로 집안 살림은 잘 못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을 백업하는 유능한 이인자가 있기 마련이에요. 유능한 이인자가 있느냐 없느냐가 비즈니스에서는 중요한 일이에요. 사실 이십 대 기업이 좋아 보이지만 젊다는 거 하나만으로 손해 보는 게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12살 많으신 분이 이인자로서 집안 살림을 맡아주시고 계세요. 미팅에서 나이가 있으신 분을 대하는 예의라든가 장례식에 꽃다발 색은 무엇으로 해야 하는지 돈은 얼마 보내야 하는지 등 그런 세심한 부분을 챙겨 주시죠. 무엇보다 윗세대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고요. 전 그분을 통해 돈으로 살 수 없는 네트워크가 가지게 됐어요. 소셜 비즈니스가 잘 되려면 사업가 육성도 중요하지만 오른팔을 어떻게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기업가라는 게 정말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함께: 사무국장 이시야마 씨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얼마 전에 젊은 사회적기업가가 비슷한 고민을 하는 걸 들었어요. 같이 일하는 친구들이 네가 하면 내가 따라갈게 식으로 조금 안이하게 굴었나 봐요. 아마 비전을 크게 공감 못 해서 그랬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구도 게이: 음, 아마 그런 경우가 많을 거로 생각해요. 사실 우리도 내부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제가 ‘우리 털어놓고 말해보자’ 해도 그게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외부 컨설팅을 받아요. 무엇이든 외부화하는 것이 중요해요. 외부에서 바라보면 우리 비전이 이랬구나, 우릴 바라보는 눈이 이랬구나 하는 걸 공유하게 되거든요. 그렇게 내부가 잘 안 뭉칠 때는 프로보노 역할을 해주시는 분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요. 아마 이렇게 대화를 해봐라, 저렇게 해봐라 하며 여러 제안을 하실 거예요. 밖에 사람들이 외부화를 하면 할수록 내부는 잘 보이게 되는 거 같아요.
 
함께: 그렇군요. 그 고민을 털어놓은 청년을 다시 만나면 구도 씨의 말을 전해야겠네요. 이런 고민도 들은 적이 있어요. 취업박람회에서 소셜벤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었는데요, 한 청년이 오더니 대뜸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돈을 벌어요? 못 벌지 않아요?’라고 말하더라고요. 좀 당황해서 말이 안 나왔는데, 만약 구도 씨라면 어떻게 대답했겠어요?
 
 
구도 게이: (백지에 그림을 그리며)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가져갈까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모두가 기업으로 시작해요. 기본 바탕이지요.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인가 아닌가는 선택이지요. 사회적인데 돈을 못 버는 쪽은 자원봉사(볼런티어)라고 할 수 있고, 돈을 버는 쪽은 사회적기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일반적인데 돈을 못 벌면 망하겠죠? 일반적인데 돈을 버는 쪽이 대부분의 기업일 거구요.
자, 보세요(X, Y 그래프를 보이면서). 기본적으로 기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똑같은 출발 선상에 있어요. 사회적기업으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기 이전에 우리는 모두 이 비즈니스 모델 상에 있는 기업이에요.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이란 건 다 똑같다는 거예요. 그대로 여기 있을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갈 것이냐의 차이지요. 물론 이렇게 설명한다고 다 이해하는 건 아니에요. 가장 좋은 건 사례를 들려주는 거지요. 사회적이라고 하면 그 개념 자체가 어려우니까요. 사례를 들려주면 질문하는 사람이 스스로 깨닫게 돼요. 이렇게 하다 보니 이렇게 돈을 벌고, 이렇게 하니깐 사회적 변화가 오고 하는 식이지요. 다시 그런 질문을 받으면 억지로 분리하지 말고 사례를 설명하세요.
 
함께: 그렇군요. 당시에는 당황해서 사례가 생각이 안 났던 거 같아요. 다음에는 소다테아게넷 사례를 들려줘야겠어요(웃음). 시간이 촉박해서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한국에서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의 연계에 대해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작년 말에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됐거든요. 구도 씨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구도 게이: 제가 제도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사회적협동조합이란 것 역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지 그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협동조합인 경우 협동조합 자체가 좋아 그 제도 자체를 보급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목적으로 하는 문제만 잘 해결되면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서 말한 대로 외부 시선으로 체크하는 것이에요. 사회적기업이든 뭐든 우리는 수단으로 채택했는데, 요즘 그것 자체가 목적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일본 역시 협동조합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거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더 좋은 시스템이라고 말하면서 목적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함께: 무엇이든 사회문제 해결에 목적을 두고 수단과 도치되면 안 된다는 말씀이시죠? 우문현답이네요. 어제 전주에서 올라오셔서 오늘 토크쇼에 늦은 시간 인터뷰까지 정말 감사드려요.
 
 
*  ‘청년 사회적 창업하기’의 저자인 구도 게이 씨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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