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햇빛통신 1호] 희망청 정책제안 퍼포먼스 참가기
2008.04.11
20대 청년들이 4월 총선을 위해 뭉쳤다.
20대 청년들이 직접 운영하는 20대데뷔네트워킹센터 희망청이 4월 총선을 앞두고 20대가 사회의 문을 열기 위한 두 번째 말걸기의 일환으로 정책제안 퍼포먼스를 지난 4월 6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 쇳대박물관에서 진행했다.

“20대가 열쇠다”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희망청은 여러 20대 단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8대 어젠다를 구연동화, 연극, 영상, 페차쿠차 등의 퍼포먼스로 소개해주었다.

이날 8대 아젠다에는 사회적기업, 독립영화 저변확대, 대학등록금 상한선 만들기, 알바, 연애, 국공립보육시설 확충 등 20대들이 관심을 가지는 다양한 화두들로 구성되었으며, 8대 아젠다에 대해서는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20대 참여연대 회원, 알바생, KYC한국청년연합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20대들이 직접 나와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8대 아젠다 중에는 각 정당별로 20대를 위한 정책이 어느정도인지를 분석한 ‘정당 20대 지수’가 발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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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통신 1호] 희망청 정책제안 퍼포먼서 참가기

20대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한 희망청 행사에 실업극복국민재단 통신원 박미란 씨가 직접 다녀왔다. 같은 20대 인지라 더욱 큰 공감이 갔었다는 박미란 통신원의 생생한 ‘희망청 정책제안 퍼포먼서 참가기’를 이제부터 들어보도록 하자.


 
4월의 어느 날 졸업을 앞두고 불안함에 잠 못 든 증거 – 메일함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각종 취업사이트의 정보 사이로 파랑 비행기가 날아들었다.
20대가 열쇠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어??



그리고 4월 6일
뉴스에서 나무심기를 적극장려하던 공식 휴일이던 식목일에도, 기온변화로 부적절한 시기라고 평가받는 식목일에도 적응하지 못한 애매한 세대, 88세대의 대표로 쇳대박물관으로 향했다. 날씨는 따스했고, 웬지 기분 좋은 느낌이 정말 비행기를 타러 가는 듯 설레이기도 했다.

가볍고 경쾌한 음악과 우주를 떠다니는 글자들로 가득한 소원영의 영상물에 마주 앉아 노란 삼선 운동복이 떠오르는 로고가 크게 박힌 포스터를 살펴 보다가 누구보다 팔팔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해보고 싶어졌다.

친구를 따라 온 88세대는 20대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이어서 신나서 말을 건 20대로 추측되는 남자는 하필 하자센터를 방문했다가 참석하게 되었다는 일본인 타쿠미 즐겁게 보세요하며 돌아서는데 이번엔 그가 내 팔을 잡았다.

“88세대? 뭔가요?”
엄청난 대졸 신입사원 희망자와 취업난, 비정규직의 현실 등을 짧은 일본어와 영어로 섞어서 설명하다 보니 슬퍼졌다. 한글 팔팔이 의미하는 것처럼 활기가 넘치는 세대!라고 설명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왠지 이제서야 이 자리에 진심으로 참석할 준비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드디어 20대가 연출하고 20대가 출연하는 플레이 위드의 오디션이라는 연극으로 행사는 시작되었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모인 다른 개성의 4명의 대기실과 면접실에서의 모습. 같은 책을 2년 동안 공부했다는 100번째 오디션을 보고 있다는 남자는 자기 개발서로 넘치는 서점 앞을 서성이는 내 모습과 다르지 않았고 내 모든 생활을 다른 누군가에게 보고하면 실수든, 사고든 모든 것을 그 사람이 나누어 줄 것만 같은 착각 속에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하는 여자와 내가 겹쳐졌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보고 벽을 보고 연습하며 화를 냈다가 가식을 되찾는 남자와 처음 온 오디션장을 신기해하며 왠지 처음이라는 사실 자체를 과대포장하는 것 같은 남자는 결국 같은 모습으로 오디션장에 선다. 그리고 같은 결과를 얻는다. 실패라는……

그들이 원하는 무대란 화려한 조명과 시선이 아니라 세상에 그들 스스로가 되어 우뚝 서는 것이었을 것이다. 오디션은 그 무대를 꿈꾸며 준비하는 삶의 한 순간이다. 20대가 그렇듯이. 바로 그 희망으로 뚜렷하지 않은 길이라도 헤쳐가는 힘이 생긴다. 현대의 팔팔세대는 아무리 절박하게 매달려도, 남을 원망해도, 스스로를 탓해도, 심지어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바로 전화를 해도 나눌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을 짊어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 큰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연극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 보았으니 이제는 우리 모두의 시간이다. 입장 시 받은 포스터 하단을 찢으니 노란 완장이 되었다. 선도 또한 88세대가 기억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 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안다. 노란 완장이 주는 그 뿌듯함과 힘 동시에 앞장서서 행동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



이런 안장을 마음에 항상 달고 있는 젊은 리더들이 제시하는 아젠다 발표가 줄줄이 이어졌다. 보노보를 꿈꾸는 20대들을 주제로 ‘유니크 카드’ 사업을 하고 있는 ‘펭도’는 하나를 주문하면 두 개를 만들어서 하나를 아프리카와 아르젠티나 등에 기부하는 ‘Toms Shoes’, 온라인 지도를 보고 나무를 심을 비용을 지불하면 실제 그곳에 본인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는 ‘Tree Nation”등을 소개하면서 20대에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말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30대라는 영화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은 이 자리가 생물학적인 20대만 의미하는 것은 아닐 거라며 말을 시작했다. 농구를 예로 들면서 개인이 느끼는 희열과 구경거리가 된 후에는 상업적 재생산을 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하여 유니폼, 전문 투자회사, 방송 등이 생긴 것과 비교하면서 ‘88만원 세대’라는 개념이 이미 발 빠른 사람들에 의해 처세술 코너에 등장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참여연대와 전국등록금네트워크는 소를 팔아도 마련할 수 없는 대학 등록금에 상아탑은 우골탑을 넘어 인골탑이 되었다며 대학생들의 대화를 상황극으로 표현했다. 1년치 대학등록금을 750만원으로 가정하면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시급으로 계산할 때 2083시간으로 방학 두 달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금액이다. 대학진학률은 85%에 이르는데 등록금 때문에 휴학하는 사람이 15%에 이르며 20대인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부모님에 기대는 사람이 많은 현실을 참여연대 대학생 인턴들이 만든 재미있는 UCC로 풍자하기도 하였다.

바로 연애를 하거나 놀면 일하는 나에게 미안하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데이트 할 때마다 시급을 계산하게 되어 헤어졌다는 인터뷰 영상으로 시작한 알바 하는 20대, 연애할 수 없는 20대가 이어졌다. 아르바이트 6년 차인 21살의 민경준군은 가기 싫지만 돈은 받아야 하니까 간다며 본인의 영상을 보고 21살에 세상의 모든 고민을 다 짊어진 것 같은 표정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또 88만원 액수자체는 문제가 아니라며 소득은 일하는 기간에만 보장되지만 기간은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정하며 계약서도 없어서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던 그의 지난 날을 토로했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는 사이 나는 여럿이 같이 온 듯 조잘대는 두 그룹에게 다가갔다. 나와 같이 인터넷을 통해 파랑비행기를 보고 오게 되었다는 현재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중인 여대생은 오늘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젊은 사람이 모였으니 해결책을 제안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같은 이야기를 블로그를 검색하다가 오게 되었다는 대학생&졸업생들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이 때 내 눈에 범상치 않은 그룹이 보였다. 다가가보니 역시 10대란다. 약간 놀란 표정을 들켰는지 본인들은 모두 10대 후반이며 곧 20대가 된다는 것이 불안한 상태라고 했다. 이어서 이 자리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20대가 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것만 같은 꿈을 꾸어도 좋은 10대에 무슨 말이냐고 더 묻고 싶었지만 다음 아젠다 발표가 시작되었다.

육아시설 비용 자율화에 대한 게시판을 보여준 한국청년연합회(KYC)는 20대의 결혼과 육아는 꿈도 꿀 수 없지 않느냐고 물었고 우리는 동의했다. 바로 앞서 본 대학등록금이 자율화정책 이후 수직 상승한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오직 사랑에 빠진 닭대가리들만이 꿈이라도 꿀 수 있는 20대의 결혼과 육아에 대한 정책이 고작 단기적 지원금을 늘리는 것 뿐이라는 현실에 아이가 복권이냐?라는 냉소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는 언제쯤 아버지의 의무보육휴가인 ‘파파쿼터제’가 실행될까? 아니!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라고 다시 고쳐 묻는 순간이었다.  

때맞춰 20대 국회의원 만들기 모임이 등장했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종로구에 출마한 모든 당에 연락을 했지만 돌아온 것은 허공의 메아리뿐이었다는 진행자의 말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 (한참 후에 한 후보-진보신당 최현숙-가 참석했다) 선거전에 급조한 공약들의 실효성에 대한 논쟁은 잠시 접어두더라도 열심히 정당활동을 하는 젊은이들에 비해 정당의 관심은 너무 멀리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20대를 대표할만한 목소리가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젊음을 상징하는 장미꽃으로 없애고 싶은 것들이 써 있는 풍선을 터뜨리니 등록금 걱정없는 세상, 제값 받는 알바, 20대 국회위원 등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보이는 퍼포먼스로 이번에도 권리를 늦잠과 나들이와 바꿀지도 모르는 젊은 유권자들이 달아주어야 할 진정한 금배지의 주인공들은 자리를 떠났다.

어느덧 마지막 아젠다가 전달되고 난 그 어느 때보다 숨을 죽였다. 언제나 도마 위의 이슈인 징병제 문제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코딱지만한 지구의 코딱지만한 한국은 주제에 둘로 나뉘어 있더라며 다소 자극적이게 시작한 애니메이션은 사실 전혀 새롭지 않았다. 너무나 잘 알고 있지만, 항상 느끼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묻어두려 했던 내 비겁함에 비명 지르는 젊음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더 이상 젊음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며, 대체복무제는 선택보다 징벌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쿠르세와 노이로 인해 따스하면서도 냉철하고, 유연하면서도 강한 아젠다 전달이 모두 끝이 났다.



바로 이어진 공연은 20대 노리단과 10대 촌닭의 합연이다, 순간 엇? 하고 소리를 지를 뻔 했다. 바로 쉬는 시간에 인터뷰한 10대들 이었던 것. 음악은 언어 없이도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언어가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프리칸과 브라질리안의 음악을 조화시킨 공연이 끝나고 이들이 입을 열었다. “ 요즘 10대 사이에 가장 큰 걱정이 뭔지 아세요?” “ 이러다 44만원 세대 되는 거 아니야?” 모두 나와 같았을 것이다. 속이 턱하고 막히는 느낌에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어지는 공연은 관객들이 모두 하나가 되어 외치는 ‘쾌지나 칭칭 나네’였다. 주제에 맞추어 즉석에서 사설을 늘어놓는 멋진 10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 가장 눈에 띈 손님은 로봇을 들고 나타난 꼬마 신사였다. 그가 ‘저희는 88세대입니다’라는 말에 아주 크게 ‘난 아닌데?’라고 대답한 순간 모두들 웃었지만 마음속으로는 한가지를 바랬을 것이다. 그래, 저 아이가 자랐을 때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 있기를 말이다.

유난히 햇빛이 좋던 토요일에 내가 만난 파랑 비행기는 방송에 따라 벨트에 묶여있어야 하고, 웃고 있지만 차가운 언니들이 건네는 음료수를 고상한 척 마셔야 하는 수단이 아니어서 더 즐거웠다. 파랑하늘을 가르는 하얀 종이비행기처럼 만드는 과정도 완성의 기쁨도 행복한 꿈이자 목표인 것이다.

이어진 네트워킹 파티에서 밝혀진 5,000명이 올 줄 알았는데 실망했다는 기획자의 의견은 추가로 달아두겠다. 그가 말한 대로 오늘 이 자리는 여러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출발점이었다. 88만원 세대가 아닌 팔팔한 팔팔세대가 각자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같이 따로 또 같이 목소리를 내며 팔팔한 세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것을 약속하는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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