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그릇과 담는 그릇, 그 둘의 경계를 온전히 하나로 담아내고 있는 ‘공기핸디크래프트’
- 2017.06.15
빈 그릇과 담는 그릇, 그 둘의 경계를 온전히 하나로 담아내고 있는 ‘공기핸디크래프트’
아무것도 담지 않은 그릇을 공기라 부릅니다. 사람들이 자연과 삶의 본질만을 담아 만드는 공기를 온기가 그리운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 담을 이를 생각하며 더욱 정성껏 만들고 만든 이를 알고 더욱 소중하게 담는 그렇게 괜찮은 만남을 기다리며 그릇을 만드는 곳이 있습니다. 손으로 만드는 것, 그 고유한 감성과 기술을 소중히 여기는 ‘공개핸디크래프트’를 소개합니다.
질문. 정리/ 경영기획팀 민세희 매니저
답변/ 공기핸디크래프트 윤하나 대표
공기라는 브랜드와 제작하고 있는 제품들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저희는 수공예 리빙제품을 디자인하고 있고 주로 공정무역 통해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과테말라와 함께 물건을 제작하고 있어요. 도자기는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고 주로 홈리빙제품을 제작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공기’라는 브랜드명이 상당히 독특한데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공기는 빈 그릇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뭐든지 담을 수 있는 그릇, 비어있지만 만든 사람의 시간이 담긴 그릇, 쓰는 사람이 어떤 것이든 담을 수 있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죠.
도자기, 바구니 등 생활용품을 주로 취급하고 계시는데 이전에도 관련 분야에 종사하셨거나 취미생활로 만들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이전에는 회사원이었어요. 직장에서 홍보업무를 담당했었죠. 그릇 만드는 일은 취미로 시작해 지금은 10년이 넘었어요. 그 당시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풀고자 그릇을 만들었는데 공방에 다니는 친구들끼리 함께 페어도 했었고 취미에서 직업으로 가는 경계에 오래 있다가 공기라는 가게를 열게됐어요.
취미생활을 직업으로 갖게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던 건가요?
한순간에 결심한건 아니고, 도자기를 직업으로 해야겠다고 결심이 들기까지 5~6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어요. 막연하게만 창업을 생각하다가 공정무역을 만난 것도 그렇고 사업으로 하겠다고 생각한 것도 퍼즐이 자연스럽게 맞춰지듯 시작된 것 같아요.
기존에 홍보업무를 하셨던 일이 현재 사업을 하면서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본적으로 회사생활하면서 배웠던 것들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제가 하는 일이 맨땅에 헤딩해야하는 일이 많은데 그런 것에 겁을 내지 않는 배짱과 콘텐츠 및 홍보물을 만들고 여러 루트로 홍보 채널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디자인은 현지의 디자이너 분들이 제작을 진행하고 계신가요?
현지 디자인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주로 기능적인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소재나 제작 기술, 전통 등은 현지의 것을 존중하고 사용하는 동시에, 제품의 기능적인 디자인은 저희가 함께 하고 있어요. 문화나 생활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하는 제품의 종류나 용도도 다르기 때문이에요. 저희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고 또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을 주로 하고 있는데, 향후 장기적인 미션은 현지의 디자이너들이 자기역량을 갖추고 자신들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도록 직접 육성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어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글로벌 트렌드를 알려주고자 노력하고 있고, 자체 제작하는 제품들에 대해 여러 피드백을 주고받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핸드메이드 분야에 발을 담게 되신 건가요?
처음에 취미로 시작해서 공방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NGO 자원활동가로 네팔에서 지내면서 현지의 공정무역과 수공예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됐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공방을 넘어 현지에서 수공예 하시는 분들과 함께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갖게 된 것 같아요.
수공예품 가운데에서도 공정무역 사업 분야로 창업하게 된 이유는 현지 활동이 많은 경험이 되셨겠어요. 함께일하는재단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도 같은 맥락에서 참여하게 되신 건가요?
네팔에 가서 공정무역을 처음 알게 됐어요. 네팔은 공정무역이 상당히 발달한 나라에요. 수공예품점들이 상당히 많이 있고 현지인들도 구경하러 자주 방문해요. NGO자원활동가로 해외에서 근무하면서 한국에 돌아와 국제개발과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관련 교육을 찾아다니면서 배우다가 함께일하는재단의 사회적기업육성사업도 알게 됐어요.
처음에 관심을 갖고 생각만 하다가 국제개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는데, 거시적인 것 말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하는 일들, 직접 내가 해보는 일은 불가능할까 생각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사회적기업육성사업을 알게됐고 참여하게 됐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공정무역의 시장도 작고 카테고리도 제한적인데 그걸 넓혀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실현가능한지 테스트해보는 차원에서 시작했던 거죠. 첫 번째가 육성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을 때는 제가 지금까지 활동했던 모든 일들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지는 느낌이었어요.
네팔은 수공예품, 핸드메이드에 대한 가치를 많이 쳐주나요?
대부분의 저개발국들이 그렇지만, 현지에서 판매를 해서는 지속가능하기는 어려운 구조에요. 수공예품에 대해 제 값주고 사는 일은 거의 없고, 현지에서 수공예품을 하는 것은 수출 또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판매를 하기 위한 것이 더 커요. 하지만 유럽과 같은 국가를 대상으로는 거래가 굉장히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요.
저렴한 수입산 제품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많이 있을 텐데 공정무역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무엇보다도 가격책정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저개발국에서 만들었다고 하면 현지 인건비를 생각해 형성되어 있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저개발국은 품질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있고요. 일부에서는 감성팔이하고 가난팔이한다고 생각하는 시각을 접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저희는 공정무역을 내세우지 않고 수공예제품이라는 것을 내세우는 홍보를 하고 있어요. 공정무역 관련해서는 생산자들과 관련된 메시지를 내세우고 있고요, 우리나라는 공산품 위주의 시장이지만 제품의 품질에 대해서는 안목이 높은편이라고 할 수 있어요. 손으로 만들었더라도 어느 정도의 일관성은 유지되야 하죠. 사업을 시작한 지 3년차 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안목을 현지에 설명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지금은 현지에서도 이런 니즈를 맞춰주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유럽만큼 인식이 많이 바뀌지 않았지만, 핸드메이드에 대해 요즘은 예전보다 많이 인식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판매되는 도자기는 직접하고 계신 건가요? 직접 작업하시는 경우 작업장이 따로 있는 건가요?
저희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함께 했던 작가가 지금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쉬고 있어 손으로 하는 핸드빌딩은 요즘 많이 할 수 없고 좀 더 간단하고 대중적인 제품 작업을 하고 있어요. 워크숍도 올해나 내년 하반기에 진행할 예정에 있고요.
도자기를 구울 때 앞치마를 사용하시는데, 대표님께 앞치마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이 일을 잘 모르니까 시작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잘 알았다면 겁이 나서 시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매일이 도전적인 일이라 너무 어렵지만 앞치마를 매고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 들어요. 저에게는 매일 서는 출발선 같은 느낌이랄까요? 제가 작업을 할 때 사용하는 앞치마가 여러개 있는데 그날의 기분에 따라 앞치마를 착용해요. 작업할 때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도 들고 뭔가 지저분해지는 것에서 나를 지켜주는 것도 이 앞치마라고 할 수 있죠. 앞치마를 입고 작업을 할 때는 반응이 좋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도 했어요. 작업장에서 쓰기에는 얇은 앞치마 보다는 공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톰한 앞치마를 만들어 팔았는데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게 기억나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내용을 가지고 워크숍을 하고 계신건가요? 대상층이 따로 있나요?
도자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공예작업들을 체험하는 걸 하고 있어요. 기술을 익히는 워크숍이라기보다는 주제나 컨셉에 맞게 다양한 공예작업을 체험하고 상상해보는 작업을 같이 하죠. 봄에는 화분 만들어 심기, 여름에는 핸드메이드 쿨링비누와 비누받침 만들기, 가을엔 풍경 만들기 등 계절이나 주제에 맞는 워크숍을 진행했었고요. 전통주 플랫폼 ‘술펀’과 같이 진행하는 ‘빚다’라는 프로그램도 대표적이에요. 전통주를 맛보면서 어울리는 술잔을 빚어보는 프로그램인데, 모인 분들끼리 술도 한잔씩 기울이고 여러 얘기들도 나누면서 재밌게 할 수 있죠. 직접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들어보는 것을 통해서 상상력도 자극하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는 거죠. 동시에, 수공예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역할도 해요. 워크숍에 오셔서 직접 만들어본 분들은 실제로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지, 그리고 이런 작업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거든요.
지금까지 만드신 수공예품 모두가 소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애착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하나만 소개해 주세요.
풍경이 가장 애착이 가요. 바람이 솔솔불면 은은한 소리도 나고 풍경 소리에 액운이 나간다는 얘기가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손으로 하나하나 엮어가며 만들고 두께에 따라 소리가 달리 나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가는 물건이에요.
대중들이 핸드메이드 제품이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방향을 설계하고 계신 것이 있나요?
대중의 인식개선 차원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한 수공예로 만든 메인제품 자체가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가격대를 낮추면서도 저렴한 물건, 작지만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제품라인의 다양화를 진행하고 있어요. 하지만 시장이 자연스럽게 성숙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최근 몇 년 간 핸드메이드 시장이 붐인데, 진입장벽이 낮아서 손재주 있는 분들이 쉽게 시작하기도 하고 부업이나 창업 아이템으로 인기였죠. 혹은 취미와 업의 중간 지점에 있는 경우도 많고요. 그러다보니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기도 하고, 또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기 힘든 부분도 있어요. 이렇게 시장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시장이 성숙하면서 자연스럽게 여러 층위로 나누어지고, 취미와 직업의 영역에 대한 인식이 형성되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고 지금은 과도기라고 생각해요. 저희 자체도 좀 더 품질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숙제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사업방향에 대한 계획이나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 번째로, 공정무역을 하고 있는데 사업방향 중에 완전히 현지에서 만들어지는 완제품이 있고, 한국과 연계할 수 있는, 현지 재료와 한국의 작은 공장 또는 작가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어 본다든지, 일부는 현지에서, 일부는 한국에서 만들어서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어요.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품이 발달하려면 지속적인 교류가 필요해요. 두 번째로, 저희는 WTO와 인증받은 단체들과만 교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등 청년사회적 활동가들을 만날 기회 있어 이들과 함께 제품을 만들고 현지 캠페인에 함께 동참하는 일이에요. 현지와 소통하고 한국과 다리를 잇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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