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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출신 엄마는 왜 창업을 선택했을까
2018.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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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출신 엄마는 왜 창업을 선택했을까
[인터뷰] 이공계 경단녀에게 희망을, 흥미로운 환경교육 콘텐츠로 인식 개선을 꿈꾸는 ‘에코플레이’ 이미영 대표
글. 운영지원팀 권오철 매니저

 

<미세먼지 플레이북, 증강현실 티셔츠 등을 개발한 에코플레이 이미영 대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출신 엄마가 아이들이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길 꿈꾸며 환경교육 전문 소셜벤처 ‘에코플레이’를 창업했다. 고려대학교 환경공학과 학·석사 졸업,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 등 화려한 경력을 쌓아온 이미영(34) 대표가 사회적경제 분야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한 이유를 지난 28일 확인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환경을 공부하며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은 환경오염 후 처리보다 오염 전 예방과 공감을 위한 환경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환경오염 실험 키트와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아이들이 직접 체험하며 재미있게 환경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어요.”
이미영 대표는 커리어우먼에서 아내로 다시 엄마로 자신을 표현하는 수식어가 바뀌면서 자신의 일터도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을 설계하는 회사에 입사했어요. 당시에 이공계 여성이 현장직에 근무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여성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기 어려웠죠. 결혼 후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직으로 이직을 결정한 계기가 되었어요.”
하지만 몇 년 후, 이 대표는 아이를 출산하면서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회사에 다니면 아이를 양육하기 위한 유연한 근무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워 아이와의 관계가 소원해질까 염려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경력을 단절되는 것도 마음 내키지 않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이 대표는 창업을 선택했다. 환경연구자의 커리어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었고 마침 환경 교육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아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자고 생각했다. 우선 교육 수업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과후 교실 과학 수업 강사를 지원했고 얼마 되지 않아 수강신청이 조기 마감되는 인기 강사가 되었다.
“초등학교 방과후 교실에서 과학이 정말 인기가 많아요. 과학 실험을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놀이처럼 즐겁게 하니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요. 환경도 과학처럼 재미있고 흥미롭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에코플레이 이미영 대표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미세먼지 수업을 하고 있다>
 
강의를 하며 1,000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과학 교재도 집필했다. 1년 48차시 수업을 위해 매주 새로운 과학 콘텐츠와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 녹록지 않은 일정에도 이 대표는 설렜다.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씩 전진해나가는 모습이 기뻤기 때문.
“창업 아이템인 환경실험 콘텐츠가 정말 사회에 필요하고 사업성은 있는지 검증받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양한 공모전에 응시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어요.”
에코플레이는 2017년 경기도 사회적경제창업 오디션에서 우수 아이템으로 선정됐고, KT희망나눔재단 소셜체인지메이커에서 KT재단장상을 수상했다. 현재 2018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함께일하는재단의 창업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와 교육 경험만 있어 경영, 마케팅, 회계 등 전문 비즈니스 역량이 부족해요. 하지만 함께일하는재단을 통해 창업 공간, 사업비 지원, 멘토링 교육, 비즈니스 모델 구축 등 사업 운영을 세밀하게 교육받고 있어요.”
함께일하는재단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소셜벤처 인큐베이팅센터를 설립해 공부의 신, 터치포굿, 트리플래닛, 빅워크, 열정대학, 명랑캠페인 등 소셜벤처를 육성했다. 재단은 2017년 기준 총 205개 팀을 육성해 33개 팀이 (예비)사회적기업으로, 4개 팀이 인증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했다.
에코플레이는 환경부 환경교육프로그램 인증제를 통해 친환경성, 우수성, 안정성 등을 심사받아 환경교육프로그램으로 인증 받았다. 지난 8월에는 국내 최대 과학문화행사인 ‘2018년 대한민국 과학대전’에 참여해 1,000여 명의 어린이에게 ‘미세먼지 증강현실 체험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 항상 만족도 조사를 하는데 교육 이후 환경오염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고 만족도도 매우 높았어요.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가 호흡기관으로 유입되는 과정을 보고, 남긴 음식물이 어떻게 강물로 흘러들어오고 다시 깨끗한 물로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들으면서 아이들은 환경 문제를 더 직접 체험할 수 있어요.”

 


<한 아이가 미세먼지가 어떻게 호흡기관에 유입되는지 과정을 보고 있다>
 
에코플레이 이미영 대표는 지난 9월 5일부터 8일까지 진행한 대한민국 친환경대전에도 참가해 ‘미세먼지 증강현실 체험존’을 운영하며 더 많은 아이에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알렸다. 현재 개발된 미세먼지, 기후변화, 수질오염 교육 콘텐츠 외에도 효과적인 자원순환 교육 콘텐츠를 추가 개발해 자원의 소중함을 전달하며 교육 대상자도 시민으로 확장해 지속가능한 환경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이 대표는 “환경을 알린다는 꿈을 조금씩 이뤄가니 즐겁다”며 “엄마의 마음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다 보니 더 진심으로 환경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아이와 함께 저도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공계 경력단절여성들을 팀원으로 모집하고 있으며 환경과 과학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좋겠다. 다 함께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일하고 싶은 엄마들과 경력단절여성들이 일터로 복귀할 때 일과 가정이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