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이야기
“벌써 10년! …내일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 됐으면”
2019.09.03
[장기근속자 인터뷰] “벌써 10년! …내일이 다른 이들에게 도움 됐으면”

(2019년 8월의 심재군 매니저)

서점, 개성공단 등 거쳐 함께일하는재단 입사
첫 출근, 청일점이라는 사실에 얼어붙어
나의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기쁨

 

사회적경제부 사회적금융팀 심재군 매니저님이 지난달 24일 근속 1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아직도 배울게 많다고 말하는 심 매니저님이지만, 재단과 10년 간 함께한 시간이 주는 견고함은 오롯이 시간으로만 배울 수 있는 힘입니다. 강산도 변화시키는 시간 10년, 심재군 매니저님은 어떤 것을 배우고, 느끼고 성장했는지 또 재단에 얽힌 추억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눴습니다.
 
“재단에 입사해 첫 출근을 할 때 사무실에 근무하시는 분들이 저 빼고 다 여성이어서 제가 청일점이었어요. 제가 낯가림도 심하고 그 당시 이성 울렁증이 조금 있어서 적응하는데 6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재단 건물 옆에 있는 문구점 사장님이 ‘여자들만 많은 곳에 유일한 남자직원이라서 오래 못 다닐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하다’며 축하의 말을 건네기도 했어요.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어느새 근무한지 10년이 됐네요.”
사회적경제부 심재군 매니저는 2009년 재정총무팀에 입사해 기획협력팀을 거쳐 사회적금융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재단에서 오랜기간 근무하며 다양한 팀을 거친 만큼 재단의 업무들을 속속들이 경험했다. 순환보직의 장·단점이 있지만 그는 “인사·총무, 홍보, 금융지원 업무 등을 경험하면서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며 “다시 돌아보면 업무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성장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다”고 말했다.

(2019년 함께일하는재단 직원 단체사진 속 심재군 매니저)
◇충북 제천에서 홍대 앞으로
부모님이 운영하고 있던 동네 작은 책방이 심 매니저의 첫 직장이 되었다. 자영업 아닌 자영업을 하면서 창밖으로 양복을 입고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렇게 직장인의 꿈을 부모님 몰래 조금씩 키우던 중 개성공단에 있는 셔츠회사에 입사하며 첫 직장인의 꿈을 이뤘고 일을 하면서 일반 영리회사가 아닌 비영리단체에 더욱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그에게 젊음의 거리인 홍대에 위치한 함께일하는재단은 업무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시골이 고향이어서 서울살이를 해보고픈 로망도 있었죠. 그리고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들에 관심이 많았던 게 재단에 입사했던 큰 이유 중 하나에요. 10년이 지난 지금도 내가 했던, 또 해나갈 일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바라고 있어요.”
(2015년 4월의 심재군 매니저)
◇일의 즐거움을 알게 해준 홍보 분야
“업무를 하면서 그동안 일하면서 작성했거나 관련된 정보를 모은 자료들의 양을 보면 ‘아, 벌써 재단에 근무한지 10년이 됐구나’라고 느끼곤해요”
10년 치의 자료들이 모여 있는 슈퍼컴퓨터(?)를 가진 그는 이제 마우스 클릭으로 문서를 찾는 것 보다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파일을 찾는 게 더 쉬운 경지에 이르렀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진행했던 그는 기획협력팀에서 경험했던 홍보 업무가 개인적인 성장과 업무에 즐거움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인터뷰, 홍보 업무를 맡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넓은 시각과 깊은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공정여행사인 착한여행의 나효우 대표님과 양천가방협동조합 조규남 이사장님을 만났을 때 어려운 상황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치를 이어나가는 모습에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재단의 동료들이 성장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10년 근속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심재군 매니저)
◇광화문서 노숙인 막고 사내 상장 받기도
심 매니저는 사내 도서관에 있는 수 백권의 책을 정리 및 분류하는 일을 하기도 했고, 인터뷰를 위해 사회적기업가를 만나 이야기를 이끌기도, 타 팀의 사업에 지원을 나가는 등 재단의 다양한 일과 함께해 지난 10년간 진행한 재단의 사업엔 그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께일하는재단에서 보낸 10년은 그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힘을 줬다. 그는 기억에 남는 일화로 광화문 인근에서 진행했던 바자회를 꼽았다. 심 매니저는 “연예인을 초청한 모금 바자회 준비 중 노숙인으로 보이는 분이 시작 전부터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우기 시작해 행사 진행 시간 내내 그분과 식사를 같이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끌었다”며 “그렇게 무사히 행사를 끝낸 뒤 사업팀에게 감사 상장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고생했던 일이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심재군 매니저의 순금 3돈 황금열쇠)
◇휴식 통해 무뎌진 감정 벼르고파
10년 근속자에게는 순금 3돈의 황금열쇠와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진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직장을 다니지 않은 기간이 거의 없는 그는 “사회초년생일때는 직장에서 누군가와 헤어지는 것이 너무 섭섭하고, 서운하고, 슬프기도 했는데 요즘은 예전보다 그런 감정들이 덜 느껴진다”며 “사회생활을 쉬지 않고 오래 하다보니 어떤 부분들은 무뎌지기도 하는 것 같아 그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근속으로 짧게나마 휴가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쉬면서 점점 무뎌지는 감정을 벼르고 싶다”고 말했다.
근무하면서 때로는 어딘가로 떠나고 싶기도, 조금은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집에 있는 아이들이 그에게 큰 힘이 된다. 퇴근시간 언저리가 되면 울리는 아빠를 찾는 아이들의 전화가 심 매니저의 하루를 마무리하는 알람이다. 오늘도 그는 아빠를 찾는 부름에 “긴 바늘이 12에 짧은 바늘이 7에 가면 아빠 집에 갈게”를 외친다.
“저에게 ‘일’이란 ‘옷’이고 ‘함께일하는재단’은 원하는 옷이 가득 담긴 ‘옷장’이에요. 옷은 기본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영화에 나오는 ‘아이언맨 수트’처럼 특별한 능력을 주는 옷도 있죠. 옷은 저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옷처럼 일은 제게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쌓을 수 있게 해주는 도구에요. 앞으로도 제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편집,글 박초롱 모금개발팀 선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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